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해태와 삼천포가 인생 첫 KFC에서 비스킷을 주문하는 장면이다. 그 당시 핫한 장소 KFC의 핫한 메뉴비스킷. 주인공들은 비스킷을 납작하고 작은과자로 생각했던 것이다.40개의
비스킷을 쌓아 놓은 장면에서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그니처 효과음이 어김없이 나온다. "음매~~"
'응답하라 1994' KFC 장면
드라마의 배경이 된 그 시절, 친구들과 KFC에 자주 갔었다. 따끈하게 데운 KFC 비스킷에 나는 홀려있었다. 특히 비스킷을 반으로 살포시 가를 때따스한 열기와 함께 터져나오는구수한 냄새.코 평수를 최대치로 넓히면서비스킷에 코를 박고킁킁거렸다.가능하다면 코안 깊숙한 곳에 냄새를 저장해 놓고 싶었다.
비스킷을 잊을 만큼 한참 세월이 흘렀다. 제과제빵 학원에서 스콘을 만든 날이었다."그래. 이 냄새야!" 고소한 버터의 향과 잘 구워진 밀가루 반죽의 담백한 냄새. 코가 기억하고 있던 추억의KFC 비스킷 냄새였다. 스콘 반죽을 동그랗게 대강 뭉쳐서 구우면 KFC 비스킷처럼 먹을 수 있다.
영국 여왕의 선택은?
스콘은 스코틀랜드에서 기원한 영국식 빵이다. 영국 문화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에프터눈 티'에 스콘은 빠지지 않는 메뉴다.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바른 스콘은 홍차와 잘 어울린다.
영국에서는 반으로 자른 스콘에 잼 먼저 바르고 크림을 바를지, 크림 먼저 바르고 잼을 얹을지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펼쳐지곤 한다고 한다. 주로 데번(Devon)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크림 먼저 바른 다음 잼을 바르고, 코웰(Cornwall) 지역은 잼 먼저 바른다고 한다.
전직 왕실 세프였던 Darren McGradz은 자신의 유튜브에서 왕실 스콘 레시피를 소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영국 여왕님의 취향은 잼 먼저 바르고(jamfirst) 크림을 얹은 스콘이었다고 한다.
스콘을 구웠다.
크림 먼저 바른 스콘과 잼 먼저 바른 스콘을 각각 먹어봤다.잼과 크림이 서로 잘 어우러진 두 버전의 맛과 식감은똑같았다.잼 먼저파와 크림 먼저파의 논쟁이라니, 이게 무슨 뽀빠이 근육 처지는소리인가 싶었다. 아무튼 영국인들에게는 논란이 된다고 한다. 마치 우리의부먹대 찍먹 논쟁처럼.(탕수육 소스를 부어먹는 부먹과 찍어 먹는 찍먹 논쟁)
독일 살 때 일이었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아들 친구들에게 탕수육을 만들어 주었다. 부먹의 축축함을 용납할 수 없는 나와 우리 식구들은찍먹파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탕수육 먹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찍먹과 부먹. 차례대로 맛보게 한 후 어떤 것이 맛있냐고 물었다. "똑같은데. 둘 다 아주 맛있어." 라면서 아이들은 휘뚜루마뚜루 먹었다.10대 초반의 독일 아이들 인생에서 부먹인지 찍먹인지는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나에게 잼 먼저 스콘이나 크림 먼저 스콘처럼.
외국인들은 모르지만 그 나라 사람들만이맛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음식들이 있는 걸까? 혹은 사는 지역이나 각 가정에서 식구들과즐겨 먹던 방법과 맛에 익숙해져 취향이 된 걸까?영국 사람들에게는 스콘 논쟁이, 우리에게는 탕수육의 부먹대 찍먹 논쟁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