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삼겹살을 좋아한다. 대한민국에서 삼겹살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숯불 위에 올려서 노릇하게 구워지는 삼겹살을 보다 보면 올라오는 고기 냄새에 남편은 이슬을 찾는다. 고기에 이슬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나는 돼지갈비를 좋아한다. 달짝지근한 양념에 절인 돼지고기를 숯불에 올려서 구워 먹을 때의 달콤함과 살코기가 입에 가득 차면 그냥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고기를 먹는 일은 집 안에 행사가 있을 때였다. 가족의 생일이라던지 제사가 있던지, 명절날은 풍성하게 고기를 먹는 날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회식 때나 친구가 한 턱 쏘는 날, 고기는 반드시 풍성한 야채에 싸서 먹어야 한다는 말은 법칙이었다. 이는 야채를 많이 먹어야 고기를 덜 먹으니 그만큼 비용이 덜 들어서라는 말이 떠돌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고기보다 야채가 더 비싼 시대가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은 엄마의 심부름을 도맡아 하던 시절이었다. 오빠는 장남이라서 심부름을 자주 하지 않았고, 동생은 나보다 다섯 살 어리다 보니 콩나물, 두부 같은 반찬거리를 사 오라는 엄마의 심부름은 나의 독차지였다. 그날 저녁 반찬은 내가 어떤 반찬 재료를 사 오냐에 결정되었다. 콩나물을 사 오면 콩나물국, 두부랑 호박을 사 오면 된장찌개, 동태를 사 오면 동태찌개가 그날 저녁상에 올라왔다.
돼지고기를 사 오는 날이면 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가 저녁상에 올라왔다. 다른 건 “심부름 때 엄마가 특별 주문을 하는 것이 없었는데 돼지고기를 사 오라고 할 때에는 반드시 따라붙는 말이 있었다.
“돼지고기 반 근만 사와라. 달라고 할 때 반드시 비계를 많이 달라고 해야 해. 알았지?
“왜 비계를 많이 달라고 해야 해?”
“그래야 김치찌개 국물을 내서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까.”
맨 처음 김치찌개에 들어간 돼지고기를 먹었을 때의 기분을 아직까지 기억한다. 물에 빠져서 고기의 맛은 다 빠진 살코기가 달린 비계의 미끄덩 함이 입 안에 씹힐 때의 그 느낌은, 살아있는 생선이 입안에서 혼자 움직이는 듯했다. 결국 나는 처음 경험한 비계 맛을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하고 뱉었다. 부모님은 밥상에서 음식을 뱉었다고 나를 나무랐다. 부모님은 내가 왜 고기를 뱉었는지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단지 음식을 뱉은 자체가 잘 못된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비계가 달린 돼지고기를 먹지 못했다. 특히 찌개에 넣은 고기는 아무리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었다. 비계 맛이 느껴지는 김치찌개의 국물도 잘 먹지 못했다. 그렇다고 비계를 떼고 살코기만 먹으면 엄마, 아버지의 호통이 바로 떨어졌기에 말 그대로 찌개 속 돼지고기는 그림의 떡이었다.
돼지고기 반 근을 사 오라는 엄마의 심부름이 있던 날이었다. 그날도 엄마는 찌개용으로 비계를 붙여서 사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정육점 가게에 들어간 나는 큰 마음을 먹었다.
“돼지고기 반 근만 주세요.”
“그래 볶음용으로 줄까, 찌개용으로 줄까?
“…………. 볶음용으로 주세요.”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바람이 지 맘대로 입을 열고 튀어나왔다. 난 아저씨가 신문지에 싸 준 얼마 안 되는 양의, 거의 살코기가 있는 돼지고기를 들고 무작정 집으로 왔다. 뒷 일은 생각을 안 했다. 집으로 오자마자 고기를 싼 종이를 받아 든 엄마는 신문지를 펼쳤다.
“이게 뭐야. 왜 비계가 없어?”
“볶음용으로 달라고 했어….”
“이걸 어떻게 먹어. 찌개를 끓여야 다 같이 먹지”
엄마는 한숨을 쉬면서 화를 냈다. 엄마의 화 속에는 속상함이 섞여 있었다. 눈앞이 흐려졌다. 그날 엄마는 제육볶음을 했지만 왜 인지 젓가락이 가지 않았다. 엄마는 왜 먹지 않느냐고 했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고기였는데 말이다.
수 십 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까지 비계가 붙어 있는 돼지고기를 잘 먹지 못한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겪었던 비계에 대한 입 안의 경험이 그대로 남아있는 까닭이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삼겹살을 바삭하고 노릇하게 구워서 상추와 깻잎 위에 쌈장과 편 마늘, 파 무침, 그리고 구운 김치 위에 놓고 입에 넣어준다. 여러 가지 야채와 어우러져서 물컹함이 빠지고 바삭해진 삼겹살은 내 입안에서 어렸을 적 기억을 지워주려고 애쓴다.
강산이 몇 번은 변한 지금은 살코기가 많은 제육볶음 보다 절반이 비계인 삼겹살의 인기가 더 많다. 정신노동을 하던 육체노동을 하던 삼겹살을 먹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돈이 있던 없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고기가 되었다. 가격이 저렴한 곳은 1인분에 5000원을 하는 곳이 있고, 비싼 곳은 1인 분에 2만 원이 넘는 곳이 있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서 혹은 그날 분위기에 따라서 먹는다지만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가격을 무시하고 먹기에는 쉽지 않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에 비하면 내가 좋아하는 돼지갈비는 삼겹살처럼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다. 그래도 지금 나는 먹고 싶을 때 돼지갈비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