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체중계에 몸을 싣는다. 어제저녁 분명히 늦게 남편과 족발을 먹고 늘어져 있었는데 눈 떠보니 커튼을 뚫고 빛이 들어오고 있다. 체중계의 숫자가 평소보다 무겁다. 오늘은 저녁을 일찍 먹고 산책이라도 나가야 하는지 쓸데없는 고민이 든다.
어제보다 배가 나오지는 않았는지 엉덩이가 더 처지지 않았는지 거울 속을 매의 눈으로 보면서 양치를 한다. 나름 몸을 괴롭힌다고 하는데 별 소용이 없나? 숨을 있는 힘껏 들이마신다. 배를 위쪽으로 끌어올리면서 가슴을 열어준다. 엉덩이도 있는 대로 힘을 주어 동그랗게 보일 수 있게 한다. 츄리닝 바지에 붙어서 아래로 작은 주머니를 만든 엉덩이가 올라올 기미가 없다. 코뿔소처럼 숨이 뿜어져 나온다.
샤워 후 바디로션을 손바닥에 짜낸다. 로션을 바를 때에는 아래에서 위로 살을 끌어올리면서 바른다. 중간중간 손가락으로 눌러주기도 한다. 혈액순환이 잘 되어야 몸에 살도 덜 붙는다고 했다. 손가락이 뒤로 휘어질 정도로 꾹꾹 누르면서 마사지하듯 바르면 몸이 조금 탄탄해진 듯한 착각이 거울에 나타난다. 그래, 조금만 더 노력하자.
2025년과는 또 다르게 보이는 2026년 나의 몸이다. 한 살의 시간이 넘을 때마다 살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특정 부위에 물 고이듯 고인다. 몸통 살은 흘러서 배에 고이고 엉덩이 살은 흘러서 허벅지와의 경계선을 사라지게 고인다. 존재한다고 생각지도 않았던 종아리살은 발목에 고여 말랑말랑한 살이 만져진다. 57살이 된 2026년 몸의 변화다.
빨리 나이 먹고 싶다. 57세, 60세, 70세가 되어 성숙하게 나이 먹은 노인이 되어있는 상상을 한다. 여유로운 노인의 향기를 뿜고 있는 상상을 한다.
반면, 몸에 대한 젊음에 여유 한 스푼도 얹는 것은 힘들다. 나이에 따른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몸의 노화가 들어오는 문은 막고 싶다. 그래서 발악한다. 아니, 발악까지는 아니더라도 천천히 달리기 하듯 느리게 쳐지고 싶다.
나이가 들면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적인 아름다움이 우선이라고 한다. 배가 나오고 엉덩이도 처지고 허리가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암시를 하다가도 이전에 입었던 옷이 맞지 않는 순간 정신이 번뜩 든다. 시간이 몸을 부풀릴거라는 조바심이 순간 나타난다. 스트레스로 전이되고 스트레스는 다시 몸의 움직임으로 향한다.
다시 스트레칭을 한다. 양손을 머리 위에 들고 왼쪽 오른쪽으로 몸을 숙이고 비튼다. 옆구리가 늘어나면서 살이 팽팽해지는 느낌이다. 조급한 마음에 무리해서 옆구리를 늘린 적이 있다. 담이 찾아와 오히려 꼼짝 달싹 못했다. 지금은 숨에 시간을 주면서 조심한다.
스쿼트를 하니 숨이 차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마음은 뿌듯하다. 다시 몸을 앞으로 구부려서 다리 뒤 쪽을 당겨준다. 똑바로 서서 상체와 양손을 위로 올려 뻗으며 마무리를 한다. 몸에 날개가 달렸나? 안도의 미소가 지어진다.
점심에는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 계란프라이를 두 개 먹는다. 이 또한 스스로 위안이 되는 시간이다.
57살에 먹는 것을 조절하면서 근육 운동을 할 자신은 없다. 거실 탁자에 있는 크림빵을 볼 때마다 정신이 혼미해 진다. 유혹을 참기에는 빵 앞에서 나는 어린애다. 점점 지방을 먹으면서 흘러내리는 살을 받아들이면서 살아야 하는데 나는 언제쯤 육체의 젊음을 포기할 수 있을까?
육체의 푸릇함은 젊음의 당연함이다. 57세가 젊음을 확인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J.M.쿳시의 추락에서 루리가 매력적인 여성과 섹스를 원하는 것은 자신의 젊음을 확인하는 방식이었을 테다. 나는 흐르는 살의 두께로 젊음을 확인한다.
나이 듦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젊음의 몸에 심취해 있을 때에는 60대 몸의 자연스러움을 이해 못 했다. 목욕탕에서 나이 드신 분들의 배와 엉덩이에 두툼하게 살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이해하지 못했다.
'맨날 다리 아프다. 몸이 아프다면서 왜 살을 빼지 않지?'
내가 가보지 않고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해를 하기에는 조잡한 생각과 자기기만에 빠져있었다. 그 나이 속으로 점점 발을 들여놓게 될 때가 되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지고 한 때의 조악한 생각이 부끄럽다.
고무줄 털바지를 입고 의자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바지 위로 위에서 흘러내린 살이 고무줄 허리 위로 삐져나와 있다. 아무래도 내외적으로 아름다움과 매력의 완전한 포기가 힘들다. 잠시 글 쓰는 것을 쉬고 일어나서 삐져나온 살을 조금이라도 집어 넣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