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집을 지었던 시간

책이 나를 다시 살게 만들었던 시간들을 글로 풀었습니다.

by 희정의 향기

삶이 힘들 때 독서는 나에게 살아갈 힘을 주었다. 30대 후반 남편과 헤어지고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못 했다. 그냥 머릿속이 멍하고 매일 모레 바람이 부는 사막에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해 앞을 볼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사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책은 위로이자 친구이자 정신과 상담의사 역할을 했다.


삶이 힘들어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고 아이는 내가 맡아서 키우기로 했다. 나는 자신 있었다. 나 스스로 사막에 혼자 있어도 오아시스를 찾아서 물도 마시고 끈질기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혼자가 되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다. 우선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든 것이 부족했다. 엄마로서의 자질도 부족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이에게 어떻게 대해주어야 하는지 아는 게 없었다. 물어볼 곳도 없었다. 사람들과 왕래를 하는 성격도 아니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여기 저기 흩뿌리고 다니는 성격도 아니기에 누군가와 상의하고 조언을 들을 생각을 안 했다. 상황은 나를 우울증의 길로안내했다.




모든 것이 힘든 상황에서 만나게 된 책은 나에게 위로를 주었고 살아갈 힘을 주었고,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주었다. 원래 책 읽는 것을 좋아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핑계에 불과하지만 당시에는 책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내 발목을 잡았고, 나를 사막의 모레 속으로로 몰아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고 아이와 살면서 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읽게 된 책은 지금까지 나의 가장 큰 스승이요, 친구이자, 집이다. 집이라고 하는 이유는 책을 읽으면 집처럼 편안하고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을 주고 쉴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만일에 책이 없었다면 아이와 둘이 살았던 당시 나의 정신적 미약함은 채우지 못한 채 살았을 것을 상상하기조차 싫다.




책은 나에게 글을 쓰는 간절함을 선물해 주었고, 사람들과 조금씩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배려를 알려주었다. 정신과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한여름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옛날 얘기해 주시던 할머니처럼 재미난 역사 이야기를 읽게 해 준다. 그리고 어쩌면 책으로 인해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재혼으로 지금의 남편은 나로 인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 가식적으로 보였다고 했다. 내가 책을 읽으면 경험이 중요하지 읽기만 한다고 해서 무엇이 도움이 되는냐며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생각 차이로 인한 다툼도 있었고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는 헤어지게 되었다. 잠시 헤어져 있는 동안 복잡해지는 마음에 본인도 자기 계발서와 심리학 책을 읽었다고 한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고 했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쓴 책을 보면서 자신과 무엇이 다른지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인연으로 만났고 어울렁더울렁 잘 살고 있다.




이렇게 책은 흐르는 물처럼 나에게 많은 것을 알게 해주고 부딪히게 해주고 새로운 것을 알려주면서 유연함도 주었다. 앞으로 끝없는 바다로 나아가는 물처럼 어떤 그릇에 담아도 담기는 물로 세상을 살아가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나이 먹은 쫌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