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좋아했던 걸까. 그를 좋아하는 나를 지키고 싶었던 걸까.
마틴이 후배 배우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뉴스는 일전에도 알고 있었다. 처음 기사가 나왔을 당시 희주는 마틴을 별로 흥미롭게 보지 않았던 때였다. 특별히 열렬하게 좋아하는 배우는 없지만 이 배우 참 괜찮은 것 같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배우는 몇 명 있었다. 그녀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배우들은 평소에 인간성이 좋다고 기사가 났거나 정의의 편에 서서 범죄와 싸우는 역할을 주로 맡는 배우다.
마틴은 희주의 뇌리에 남는 배우도 아니었고 딱히 존재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남편의 권유로 10년 전 그가 나왔던 드라마를 보게 되면서 마틴에 대한 관심의 씨앗이 열렸다고 할까. 그 드라마에서 그는 비리에 허리를 굽히는 사람이 아닌 정의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을 줄 아는 그러한 사람이었다. 20회에 달하는 드라마가 끝나고 난 후 희주는 마틴이 나오는 다른 영화를 찾아서 볼 정도가 되었다. 드라마의 정의로운 마틴이 현실의 마틴과 동일시되었다. 몇 년 후 마틴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추모회에서 추모사를 읽는 행사에 참여했다. 그 모습은 신문에 대대적으로 나왔고, 희주는 그 기사를 보면서 역시 마틴은 바르고 정직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고 확정하고 그런 자신을 으스댔다.
마틴에 대한 불쾌한 소식이 기사로 나오기 시작한 건 추모행사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가 고등학교 재학시절과 대학교 시절 친구들을 괴롭히고 폭행했다는 기사였다. 어느 매체에서는 그가 성폭행에 관련되어 있다는 기사도 내보냈다.
'그럴 리가 없어. 갑자기 왜 마틴에 대한 안 좋은 기사가 나오는 거지? 혹시 마틴이 정치 쪽이나 언론 쪽에 바른말을 해서 눈 밖에 난 거 아니야? 아니면 정치 쪽에서 무언가 터지기 전에 마틴을 표적으로 해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걸까? '
희주는 혼자 결론을 내리고 주먹으로 소파를 내리치면서 분개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비겁하지. 열심히 잘 살고 있는 배우를 이렇게까지 괴롭혀야 하나? '
희주는 sns에 들어가서 그의 기사가 나온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의 과거 폭행에 관련된 영상에는 마틴을 옹호하는 댓글과 비난하는 댓글이 쌓이고 있었다.
'용기 내세요 마틴. '
'파이팅 마틴, '
'이런 인간을 감싸는 너희들은 뭐냐.'
'내 이런 인간인 줄 알았다.'
'과거의 일을 가지고 왜 몇십 년이 지난 지금 난리야.
희주는 댓글을 읽고 순간적으로 댓글 올리기를 눌렀다.
'아직 확인돼....'
글을 쓰던 손가락을 순간 멈추고 삭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을 초점 없는 눈으로 가만히 보고 있었다.
사실 마틴은 과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방송에서 사과를 한 적이 있다. 문제는 그 사과 이후에 또 다른 문제의 과거가 지금 드러난 것이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나왔다. 그가 학창 시절 폭행과 절도등의 기록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변해. 젊었을 때 깡패라고 지금도 깡패는 아니잖아. 마음을 고쳐먹고 좋은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거 아니야?.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데..'
고개를 흔들어 대면서 희주는 마틴을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하지만 가슴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누구를 향해서 끓고 있는지 희주는 몰랐다. 희주는 마틴의 증거 사진을 보던 영상에서 눈을 떼고 하늘이 보이는 창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비어있는 하늘을 응시했다.
기억이 났다. 몇 년 전이었던가. 방송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멜로드라마 남자 주인공을 맡은 톰이라는 배우가 있었다. 훤칠한 키에 하얀 얼굴로 그가 맡은 순수한 사랑을 하는 남자 역할은 그를 스타의 자리로 날아 올리기에 충분했다. 톰은 그 드라마 이후에 여러 편의 광고를 찍고 팬미팅을 하면서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순순한 남자 이미지를 뿌렸다.
'뭔 남자애가 저리 얼굴이 하얘. 연기도 별로인 것 같던데.'
희주는 톰이 스타가 된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톰이 고등학교 시절 일진이었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톰은 그 한 편의 드라마로 여러 편의 광고를 찍고 후속작도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한창 주가를 날리고 있던 때 누군가 sns에 톰의 학창 시절의 행위를 올렸다. 학교 일진이었다는 그의 주장은 다른 동기들의 증언으로 힘을 얻었고, 그의 학창 시절은 그렇게 확정이 되었다. 그때도 영상아래 댓글은 온갖 비난과 옹호의 댓글로 아수라장이었었다.
'이런 놈이 배우 하면 개나 소나 다 한다.'
'옛날 일 가지고 그만 괴롭히자.'
'불상한 우리 톰.'
'톰 이제 넌 끝이야.ㅋ'
희주는 톰의 기사를 보면서 자신이 무언가를 획득한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첫인상부터 이상하다 했어. 얼굴 좀 봐. 눈이 날카로운 게 못되게 생겼잖아.'
희주의 잣대는 그렇게 톰을 쟀다. 얼마 후 톰은 방송으로 자신의 과거 잘못을 뉘우친다고, 자신으로 인해서 고통을 받았다면 지금 이 자리를 빌어서 사죄한다는 인터뷰를 했다.
'사람은 안 변해. 얘가 나이 먹는다고 얼마나 달라지겠어. 사람이 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이런 애가 노력이나 하겠어.'
희주는 그렇게 톰을 혼자서 비난했고 통쾌해했다. 그리고 톰은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희주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창문 너머 하늘을 보고 있던 시선을 sns 댓글창으로 옮겼다. 댓글창을 닫고 sns도 닫았다. 마틴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스스로 양손에 쥐고 있던 다른 잣대를 들킬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얼굴이 빨개졌다.
**몽당소설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