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의 아침

by 희정의 향기

"띠리링, 띠리링."

이른 아침 핸드폰에서 전화벨소리가 시끄럽다. 현기는 입을 살짝 벌리고 축 늘어져서 꼼짝도 안 한다. 입에서 크렁크렁 소리가 흘러나온다.


"띠리링, 띠리링."

계속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눈꺼풀을 위로 겨우 밀어내지만 이내 다시 덮인다. 다시 울리는 핸드폰 소리... 으으윽 으아 소리와 함께 눈꺼풀을 다시 올리면서 몸을 사방으로 뻗는다. 재촉하는 핸드폰을 찾아 위로 뻗었던 손으로 침대 옆을 더듬는다. 손에 잡히는 핸드폰을 보니 번호만 떠있다.


"여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현기는 전화를 끊자마자 두 손으로 얼굴을 비벼대고 나서 침대에서 몸을 밀어낸다. 어기적 걸음으로 거실로 나가 어젯밤 벗어놓았던 추리닝 바지를 찾는다. 며칠째 입고 있었던 추리닝바지는 욕실 옆에 위에서 눌린 모습으로 있다. 현기는 양 발을 바지 안에 각도를 맞추어서 들어가 바지 허리춤을 들어 올린다. 소파에서 어제 벗어놓은 목이 늘어난 셔츠와 몇 년 전에 산 추리닝 점퍼를 입고 현관 쪽으로 향한다. 운동화에 오른쪽 발을 넣고 왼쪽 발을 넣는다.


" 아, 맞다. 핸드폰. 에이씨..."


발에서 신었던 신발을 털고 터덜터덜 방으로 가서 침대 옆에 놓았던 핸드폰을 집어 추리닝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현기는 3층, 2층, 1층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간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주차장 쪽에서 들리는 차소리와 사람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오늘따라 눈이 안 떠지네.."


1층 현관문을 열고 나아가니 눈앞에는 여러 차들이 서로 질서 있게 엉켜있다. 현기가 사는 오래된 아파트는 아침마다 출근하려는 차들로 매일이 전쟁이다. 주차장이 부족하다 보니 이중주차를 하는 것이 당연한 아파트 단지다.


"아, 출근해야 하는데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거기 앞차 좀 전화 좀 해주면 안 돼요?"

"차를 세워놓을 데가 있어야 차를 빼지."

"경비 아저씨 뭐 하는 거예요. 전화 좀 해요."


어제 늦게 들어와 이중주차를 한 현기는 자신의 차에 타서 가져온 핸드폰으로 sns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스크롤한다. 그때 핸드폰으로 기상 알람이 울린다. 현기는 기상 알람을 끄고 다시 sns를 천천히 둘러본다. 문득 앞 차로 시선이 옮겨 진다. 자신의 차의 세 배정도 가격으로 알고 있는 외제차다. 고개를 차 앞유리 가까이 내밀고 차를 다시 본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고개를 들어 차 앞유리 너머 앞쪽에서 걸어오는 남자를 본다. 삼십 대 초반일까? 정장이면서 아닌 듯 보이는 깔끔한 슈트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현기의 차 앞에 서 있는 외제차 쪽으로 걸어간다. 헤어젤을 발랐는지 머리에서 윤이 나고 얼굴이 뽀얗다. 안쪽에서 차를 빼기 위해서 서서 기다리던 사십대 남자의 눈동자가 순간 걸어오는 외제차남자를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훑는 것이 보인다. 기다리던 남자는 찰나의 순간처럼 자신의 옷차림을 본다. 그리고는 어깨에 힘을 준다.


"지금 내려오면 어떻게 합니까. 누구는 시간이 남아서 대충 하고 내려온 줄 알아요.!"


외제차남자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목청을 높이는 사십대 남자를 눈동자만 돌려서 힐끗 본다. 외제차남자의 입꼬리가 한쪽만 살짝 올라간다. 그는 대꾸도 하지 않고 차 문을 열더니 차 안에 있던 냉기를 밖으로 내몰고 차 문을 닫는다. 외제차의 시동소리가 조용하다. 천천히 차가 움직이더니 주차장에서 빠져나가고 빈 공간을 남긴다.


"재건축 때문에 이상한 것들이 이사 와서 아침마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차만 좋으면 다야! 인간성이 그지 같은데"


사십 대 남자는 떠나는 차 꽁무니에 대고 메아리 없는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자신의 옷차림을 위아래로 보더니 손으로 자신의 옷을 툭툭 턴다. 현기가 다음으로 차를 빼주기 위해서 차에 시동을 건다. 부릉 텅텅 소리가 나면서 시동이 걸리고 현기는 차를 빈 공간으로 옮긴다. 기다리던 남자는 그제야 자신의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급하게 주차장을 빠져난다. 사십대 남자의 suv 차 뒷모습이 빛이 바래있다.


"몇 년 살아봐라. 나도 올라가서 출근 준비를 해야지."


주차한 차에서 내리는 순간 한 동안 주차 정리를 하고 있던 경비 아저씨가 현관으로 들어가려는 현기를 발견한다. 경비아저씨와 눈이 마주친 순간 현기 얼굴이 남감한 표정이 올라온다.


"아니 경비한테 주차정리까지 시키려면 돈을 더 줘야 할 거 아니야. 일은 더 시키고 돈은 안 주면서 왜 욕들을 해대"


현기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아저씨가 고생이 많으시네요."

"이러니 누가 여기 경비하려고 해요.? 나도 하기 싫어서 그만두려고 하는데. 내가 돈이 없어서 경비하는 줄 아나 봐."

'네, 고생이 많으세요."


현기는 계속 무언가를 말하려는 경비 아저씨의 입을 뒤로하고 서둘러 현관문을 연다. 4층까지 올라가는 다리가 내려올 때보다 무겁다.


"에휴, "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삼십 분이 지났다.


"이러다 나도 늦겠네."


소파에 추리닝 점퍼와 티셔츠를 다시 벗는다. 욕실로 걸어가 욕실문 옆에서 추리닝 바지와 팬티까지 손으로 잡고 발목까지 내려 온 팬티와 추리닝 바지를 양 발로 밀어 낸다. 욕실로 들어가자마자 샤워기를 튼다. 뜨거운 물이 나올 때를 기다리다가 밸브를 돌리면서 적당한 물온도를 맞힌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 안으로 들어가서 눈을 감고 몸을 문지른다.


'오늘 늦게 들어오는데 차를 어떻게 주차해야 할지 걱정인데. 내일은 일찍 나가야 하는데..'


문득 조금 전 봤던 외제차에 슈트차림의 남자가 떠오른다. 있어 보이는 외모와 차다. 현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뚫어져라 본다. 근육이 없는 삼십 대의 평범한 몸이다. 일부러 어깨에 힘을 줘 본다. 하지만 도로 어깨가 내려간다. 현기는 거울속 자신을 아무 말 없이 보고만 서 있다.


**몽당 연필이 아닌 몽당 소설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작가의 이전글다른 눈으로 보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