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kg은 체중이 아니라 내가 버텨온 마음의 결과

by 희정의 향기

나는 169cm에 몸무게가 54kg이다. 56세라는 나이에 지금의 몸무게를 유지하는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적당한 스트레스다.


그런데 나이는 늘어나는데 키는 1cm가 줄었다.

나이를 먹으면 키가 준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느낌이다.




나는 운동을 꾸준히 한다. 운동은 나에게 독서,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나를 침착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빠르게 걷기, 천천히 뛰기, 유튜브 보고 맨손 운동 따라 하기 등 상황에 맞는 운동을 한다. 처음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은 아이와 둘이 살면서부터다.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 때마다 책이 그런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했지만 매번 책으로 답답한 마음이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1년 365일 사랑스러운 것이 아닌 것과 같다고 할까.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에는 동네 공원으로 향했다. 산책길을 따라서 양 옆으로 줄 선 나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진정시켰다. 가볍게 걷다가 혹은 살짝 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걸음으로만 마음의 고요를 채우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루는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위험한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무서워서 운동복을 입고 공원으로 향했다. 부실한 점심을 먹고 저녁은 먹지도 않은 상태였다. 얼마나 뛰고 걷기를 반복했을까.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서 허기가 졌다. 급속도로 배가 고파지면서 당장 뭐라도 먹지 않으면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오로지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공원 근처 눈에 보이는 식당으로 곧장 달려가서 가장 빨리 나오는 음식을 물어보았다. 비빔밥을 주문했고 밥이 나오자마자 한 그릇 후딱 해치웠다. 배가 차니 그제야 이성이 돌아왔다. 이성이 자리를 잡으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 뛰다가 배고파서 밥집을 찾아 밥을 먹은 상황에 웃음이 났다. 그러면서 느꼈던 생각이 운동이 사람을 살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때부터 걷고 뛰는 것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았나 싶다. 이때부터 하기 시작한 운동이 54kg의 유지의 시작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 상황이 나를 걷고 뛰게 만드는가.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요인은 역시 스트레스다.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거나 마음이 힘들고 우울할 때, 서운한 감정이 생겼을 때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의 부담을 덜기가 어렵거나 마음이 답답할 때에는 조용히 집 앞에 있는 성북천으로 나아가 뛰다 걷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아서 집으로 돌아간다. 누군가와 큰 말다툼을 한 날에는? 그럴 때에는 숨이 차도록 뛰는 것이 좋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뛰다 멈추면 '아이고 죽겠네'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 생각이 들면 '그래, 뛰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별일 아닌 것 갖고 싸우고 있을 이유가 없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정이 어느 정도 정리 된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있을때마다 운동화를 신게 만드는 상황은 지금도 나를 54kg으로 유지하게 해준다.




한 동안은 사람들에 답답하거나 마음이 힘들면 운동을 하라는 조언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운동으로 기분을 푸는 것처럼 술로 마음을 달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소한 물건을 사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 내가 타인에게 내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타인에게서 여행을 가봐라, 노래방 가서 노래를 해봐라. 사람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어봐라 등 이런저런 권유를 받아봤지만 나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찾은 나만의 방식이 운동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운동이 어부지리로 지금의 54kg의 비법 아닌 비법이 되지 않았나 싶다.


만일 스트레스가 없으면 운동을 안 하나? 그건 아니다. 살면서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지금은 매일 운동하려고 노력한다.


작가의 이전글배움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