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거짓말

by 희정의 향기

나는 거짓말을 하면 상대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그런 아이였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못 잘 정도였다. 엄마는 항상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르쳤으니까. 그런 엄마가 내 앞에서 거짓말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착하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입에서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엄마의 거짓말은 시장 골목 아침을 시작하는 문 여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시장 골목의 하루는 철문 여는 소리로 시작한다. 평일에는 아이들이 등교하기 위해서 드르륵 철문을 위로 들어 올리고, 출근하기 위해서 드르륵 철문을 올리고… 그렇게 시장 골목의 아침은 시작된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게 한쪽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 엄마의 얼굴을 살피는 건 나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엄마의 표정에서 미소와 여유로움이 보이면, 동전을 받아 과자를 사 먹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난 듯 무뚝뚝하면, 나는 입을 꾹 닫고 없는 듯 가만히 앉아 옷을 팔아 줄 손님이 오기를 얌전히 기다렸다. 손님들이 옷을 사려고 이것저것 입어보는 구경을 하는 덤은 나에게 동전을 바라는 마음에 약간의 오만한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옷을 입을 때마다 내 마음속으로 손님들에게 점수를 매겼기 때문이다. 이 옷은 90점, 저 옷은 어울리지 않으니 70점 하면서 말이다.


그런 내 앞에서 엄마가 손님에게 하는 거짓말은, 그토록 먹고 싶었던 과자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의 충격을 주었다.


"어머, 어쩜 이리 잘 어울려요. 이 옷은 손님한테 맞춤이네 맞춤이야.~"


아무리 봐도 손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맞춤이라고 말하는 엄마의 입. 평소에 나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하곤 했던 엄마의 입에서 말이다. 엄마는 정말 저 옷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 내가 아직 어려서 어른들이 보는 눈과 다른 건지. 나는 너무 궁금해서, 답답해서 손님이 얼른 옷을 사서 가기를 기다렸다. 결국 손님은 엄마가 골라주는 옷을 샀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거울을 다시 한번 보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하고 나갔다.




나는 엄마한테 쪼르륵 가서 물었다.

“엄마, 엄마는 저 언니한테 왜 그 옷이 어울린다고 했어? 나는 아무리 봐도 언니가 그 옷이 어울리지 않던데?”


그럼 엄마는 한숨을 쉬며 딱하다는 듯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옷을 팔아야 먹고살지. 엄마가 옷을 팔아야 등록금도 내고 쌀도 사서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니냐.”


엄마의 대답은 돈을 달라고 말하려던 내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돈벌이가 없던 아버지로 인해, 엄마의 옷가게에 손님 구경을 못하면 우리 집은 경제적 쪼들림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엄마의 대답은 어린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옷을 팔지 못하면 엄마의 얼굴에 걱정과 시름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손님이 없어서 장사가 안 되는 날은 엄마의 얼굴에 구름이 끼었다. 그 잿빛 구름은 아무리 밝은 가게의 형광등 아래에 있다 해도 감출 수 없는 근심의 낯빛이었다. 결국 살기 위해서 엄마는 손님에게 거짓말을 해야 했고 나는 그런 엄마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 엄마가 옷을 팔겠구나’라는 생각에 이전처럼 손님의 옷에 점수를 매기는 행동은 줄어들었다. 마음 편히 그 상황을 보기에는 어린 나에게도 삶의 무게가 느껴졌던 걸까.


먹고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순간, 엄마의 얼굴 표정에서 민망하고 부끄러운 기색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옷을 팔기 위해서 절박하게 매달렸던 표정도 떠오른다. 엄마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거짓말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간절한 전략이었다.


살면서 기만과 진실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할 때가 있다. 그 경계선 어딘가에서 엄마는 살기 위한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거짓말에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 그때의 엄마가 아니었으면 내가 학교를 다닐 수 있었을까. 도시락은 싸서 다닐 수 있었을까.


엄마의 거짓말을 이해하는 순간 나는 어른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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