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되면 설레는 이유는 아마도 선물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선물을 받았을 때의 그 기분은 맑은 하늘, 구름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느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적에 부모님한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아니, 엄마는 어린 나에게 산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냉정하게 확인시켜 주기까지 했다. 엄마의 그 말을 듣고 가슴에 돌덩이가 박힌 것 같은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얼마 전 남편과 동대문에 있는 장난감 가게를 돌아다녔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집 안에 연말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우리처럼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사려는 사람들,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비었다. 어떤 장난감을 사달라고 할까 망설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부러우면서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우리는 마음에 드는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사려고 장난감 가게 골목을 두세 번 돌았다. 그 가운데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티브이 안에 산타할아버지가 루돌프를 타고 하늘을 나는 모습의 인형이 있고 캐럴 음악이 나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거다!라고 외치고 바로 구입을 해서 집으로 가져왔다.
기존에 있던 작은 트리를 장식하고 가게에서 사 온 산타의 캐럴 음악까지 흘러나오게 하니 연말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감돌았다. 나는 사 온 산타 장식품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갑자기 어렸을 적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흘렀다. 남편은 그게 눈물이 날 정도로 좋냐고 놀렸다. 그런 남편에게 나는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서 피어오르는 어릴 적 이야기를 꺼냈다.
수선집을 하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었던 부모님에게 남의 생일인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무언가를 아이들에게 선물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른들의 생각이고 어린 나는 달랐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그 해에는 왜 그랬는지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고 싶다는 열망이 간절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부모님이 일찍 자라고 하면 졸리지도 않은 눈을 억지로 감았고, 아침이면 일어나기 싫어서 생떼를 쓰던 것도 엄마의 일어나라는 말 한마디에 로봇처럼 바로 일어났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준다는 말을 티브이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에. 그리고 문구점에 가서 종이 반짝이를 사서 벽에 붙이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내기 위해서 애를 썼다.
나는 선물 받을 준비를 차근차근했다. 착한 아이 되기, 산타할아버지 맞이하기.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은 굴뚝이 없는데 어떡하지?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창문을 잠그지 않고 자는 거였다. 그러면 창문으로 들어오시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것이 양말이다. 양말을 머리맡에 놓고 자면 산타할아버지가 양말 속에 선물을 놓고 간다고 했으니까. 이렇게 만만의 준비를 하면서 살짝 두려웠다. 정말 산타할아버지가 있을까? 아니면 부모님이 산타처럼 복장을 하고 양말에 선물을 넣어주실까? 사실 난 아이에서 학생이 되어가고 있었기에 산타의 존재를 긴가민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믿고 싶었다.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자기 위해서 눈을 꽉 감고 있다 보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눈을 떠보니 날이 밝아 있었다.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불속에서 나와 머리맡의 양말을 보았다. 양말은 삐쩍 말라 있었다. 혹시 얇은 종이돈을 넣어 놓았을까? 양말을 뒤집어 보았다. 양말 속에는 차가운 공기만 나왔다. 나는 우울한 목소리로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양말이 텅 비었어. 산타할아버지가 안 왔었나 봐.”
“산타가 어딨어.'
내 얼굴을 보지도 않고 엄마가 말했다.
"그걸 아직까지 믿었어?”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와 가슴에 박히는 느낌이었다. 눈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고, 나도 모르게 입에서 꺼이꺼이 하는 소리가 나왔다. 순간 엄마가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얘가 갑자기 왜 울어?” 왜 그래? 통닭이라도 시켜줄까?”
나는 그때 왜 가슴에 고통을 느꼈고 눈물을 흘렸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산타가 없다는 진실을 엄마를 통해서 듣게 된 사실이 슬펐다. 어린 나의 동심이 접시가 와장창 깨지듯 비명을 지르면서 깨지는 그 기분에. 슬픔이 소낙비처럼 쏟아진 것이다. 또 하나는 텅 빈 양말이다. 정말 산타가 없다면 엄마나 아버지가 과자라도 넣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침에 두툼한 양말을 보고 기뻐하는 나 자신을 상상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렇게 8살 아이의 크리스마스는 산타의 존재가 확실하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날이 되었다.
남편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산타티브이를 넋 놓고 바라본 나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매년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나는 웃으면서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지만 산타티브이를 보면서 눈물이 흐른 것을 보면, 나 자신도 모르게 어린 그날에 대한 미련과 서러움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뿌리를 두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