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란 Aug 19. 2024

굴의 역습! 집단병가사건

호의가 불러온 재앙

이런 장면 좀비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 어느 평범한 아침 낯선 소리에 눈을 떠보니까 주변 사람들이 다 좀비로 변해버린 거야. 으아악!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런데 미처 상황파악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내 옆 사람이 이상증세를 보이는 거지. 

“나 몸이 좀 이상한 것 같아” 

아니야 아닐 거야. 으아아악!! 안 돼애애애애!!! 그렇게 모두 좀비로 변해버리고 혼자 멀쩡한 나.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보다 나도 언제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가는 스토리. 엄청 흔한 클리셰지. 그런데 회사 사무실에 앉아있는 내가 지금 그 공포를 느끼고 있다니까.

주변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저 문 밖을 나선 그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대리님 왜 그래요?” 

설마 대리님도?! 여기저기 식은땀을 흘리며 엎어져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으으으으” 

괜찮냐는 내 걱정에 신음소리로 답을 하는 부서사람들. 코로나 아니냐고? 허허. 그런 거 아니야. 


시작은 몇 년 동안 함께했던 과장님의 발령이었다. 아이고 가시는구먼. 우리 분위기 메이커가 떠난다니 같은 팀도 아닌 내가 다 섭섭하네. 평소에도 쫀드기 같은 추억의 과자부터 옥수수나 감말랭이 같은 시즌 간식들을 종종 나눠주던 과장님이 마지막으로 엄청난 특식을 준비해 오겠다고 예고했다. 뭘까? 

아무리 물어도 절대 안 알려주던 그것은 무려 굴. 와오! 상상도 못한 정체! 새벽부터 직접 만드셨다는 신선한 굴무침과 굴전이 무려 아이스박스에 가득 담겨있었다. 

“와아.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니에요?” 

회의실에서 열린 굴파티. 과장님 손 진짜 크시네. 아무리 먹어도 줄지가 않아. 재난영화의 시작이 으레 그렇듯 하하 호호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아 어제 재밌었는데. 아직 가시지 않은 여흥에 뚜비뚜바 출근길 발걸음이 경쾌하다. 분위기 깰까 봐 티는 안 냈지만 사실 난 생굴을 못 먹어. 회는 잘 먹지만 멍게나 굴, 성게알 이런 건 영 취향이 아니더라고. 그래도 굴국밥이나 짬뽕은 그 시원한 국물 맛에 맛있게 먹지. 어제도 갑자기 마주한 굴무침에 크게 당황했다가 굴전을 보고 안심했다. 

샛노란 계란옷을 곱게 입고 노릇하게 구워진 굴전은 그 고소한 기름냄새로 내 젓가락을 잡아끌었다. 냠. 다행이다. 속까지 폭 익은 그 맛이 입에 착착 감겼다. 과장님이 차갑게 식었으니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자고 했지만 이 촉촉한 맛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 그냥 먹었다. 맛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짭짤한 바다맛에 간장이 필요 없네. 속이 익은 후에도 탱글하고 큼직한 게. 전으로 부쳐지기에는 아까운 굴이었다. 신선한 바다향은 당연.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맛깔스럽게 무쳐낸 굴무침에 직원들의 손길이 멈추지 않는다. 새콤한 식초향이 코를 뚫고 들어온다. 츄릅. 먹지도 못하는 주제에 자동반사적으로 침이 고이네. 아삭한 무채와 시원 달달한 배.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향긋한 미나리까지. 꼴깍. 맛있겠다. 굴 잘 먹는 사람은 좋겠어. 저 양념장은 보나 마나 뭘 넣고 무쳐도 맛있을 밥도둑 메이커겠지. 와 꼬막무침 먹고 싶다. 아오 침 고여. 배라도 하나 집어먹을까 고민하다 거기 담긴 굴향이 무서워서 포기했다. 짠! 콜라로 건배! 서프라이즈 파티라 그런가 술이 없어도 흥이 잔뜩 올랐다.


“안녕하세요!” 

엥? 막내가 배탈 나서 안 나왔다고? 키키. 아니 어쩐지 자기 굴 킬러라면서 와구와구 엄청 먹어대더라구. 볼따구가 햄스터인 줄 알았어. 덕분에 과장님이 엄청 흐뭇해하셨는데. 원래 날음식 많이 먹으면 가끔 그래. 내일 보면 놀려줘야지. 히히. 

막내 흑역사 적립 완료. 귀여운 막내 덕에 부서사람들과 꺄르르 웃으며 시작된 근무. 그런데 뭐지? 평소랑 다른 어딘가 쎄한 공기에 신경이 쭈뼛 곤두선다.

끼리리리릭. 끼릭. 

여기저기 들리는 의자 끄는 소리. 음 기분 탓인가? 오늘 따라 다들 왜 이렇게 돌아다니지? 칼퇴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던 손을 잠시 멈춰 세우고 슬그머니 부서상황을 살핀다. 

이제 보니 여기저기 빈자리가 보이네. 오늘 뭐 회의 있나? 업무로 한창 바쁠 오전시간 어딘가 잔뜩 언짢은 표정의 직원들이 부산스럽게 사무실 안밖을 오간다. 커피나 담배타임이라기엔 뭔가 좀 이상해. 아 깜짝아! 뜬금없이 앞자리 직원이 벌떡 일어나더니 호다다다닥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벗어났다. 어?! 저 엉거주춤한 자세와 잔뜩 찡그린 얼굴. 설마!

쿠르르르르륵. 쿠르륵. 

옆자리 직원의 배에서 두꺼비 소리가 났다. 미안. 들어버린 내가 미안해. 아무래도 단체로 탈이 난 것 같지? 근데 이거 아는 척 해도 되나? 가끔 배고파서 꼬르륵 소리만 나도 주변에 들렸나싶고 수치스럽잖아. 그렇다고 계속 모른 척 하기엔 이거 좀 걱정되는데. 매너 있는 동료가 되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사이. 꾸래로록! 이번에는 팀장님 배에 사는 두꺼비가 자기도 여기 있다며 소리를 꽥 지른다.

“저기... 과장님. 과장님은 배 안 아프세요?”

그 소리가 거기까지 들렸나. 기다렸다는 듯이 옆을 돌아보는데.

“헐! 대리님 괜찮아요?”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다. 

“어우 어떡해. 많이 안 좋아보는데? 지금 당장 병…" 

소근소근. 그런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뛰쳐나가는 대리님. 

“죄송해요!!” 

뛰고싶지만 뛸 수 없는 종종 걸음. 익숙한 뒷모습이군. 아이고 이게 무슨 난리래. 한참 후에 돌아온 그녀는 땀범벅인 얼굴로 회사 책상에 쓰러지듯 엎어졌다.


쓰읍. 이번엔 내 차례인가? 배가 살짝 싸한 것도 같고?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내 뒤로 누가 봐도 응급상황인 옆팀 직원이 따라 들어온다. 앗! 그런데 남은 자리는 딱 한 칸. 절망하는 기색이 역력한 상대. 

“어... 대리님. 먼저…”

“감사합니다!”

콰쾅! 쿠르르르쾅쾅! 천둥이 친다. 다시 고요해진 이곳에서 누군가는 지금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럴 때가 아니야. 일부러 시끌벅적하게 손을 씻고 발소리도 요란하게 내가 이곳을 벗어나고 있음을 알린다. 여러분 저 가요! 편하게 나오세요! 마치 모스부호처럼 은밀하게 전해보는 나의 메시지. 뭐 나라고 회사에서 비슷한 상황 없었겠어? 이럴 때 서로 마주치면 민망하잖아.

그러는 사이 상상배탈이었는지 배가 아주 멀쩡해졌다. 하지만 위기상황인 건 분명해. 저기 부장님마저 수분기 없는 초췌한 얼굴로 늘어져계신다. 그렇게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우리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했다. 

회의 테이블에 모인 부서사람들. 모든 걸 쏟아낸 듯 초점 없는 퀭한 눈. 구부정한 자세. 핼쑥한 쑥빛 얼굴. 식은땀으로 엉망이 된 머리. 으어어. 좀비다 좀비. 실종된 직원들은 카톡을 보내도 소식이 없다. 아 어디 있는지는 알 것 같아. 네이버의 힘으로 찾아낸 원인은 노로바이러스. 

'평균 12~48시간의 잠복기와 갑자기 찾아오는 오심, 구토, 설사의 증상.’ 

딱이네. 나만 멀쩡한 것으로 보아 범인은 바로 굴무침! 바로 당신이야!

전염성도 강하다고 하니 증상 있는 사람들은 연차내고 병원부터 다녀오라는 부장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아까부터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구겨져가던 팀장님이 헐레벌떡 뛰쳐나간다. 정말 회사에서 별 일이 다 생기는구나. 아 실종자들한테도 이 소식을 알려야지. 끼이익. 다시 찾은 화장실은 장애인칸까지 만석. 

뻘쭘한 적막. 

"어... 저기... 부장님이 아픈 사람들 연차 쓰고 들어가래요오.” 

“…네에에…" 

뭘 답까지 해주고 그래 허허. 머쓰윽. 그들이 나올 수 있도록 빨리 빠져나가려는데 이런! 다른 부서 사람이 들어온다. 

“아니 왜 아까부터 이렇게 자리가 없어.”

“어…과장님. 저어... 죄송한데 오늘은 다른 층을 이용해 주세요. 어.. 음... 저희가 그럴 일이 좀 있었어요.” 

남 일이라고 웃으면 안 돼. 입술을 꽉 깨무는데 칸 안 쪽에서 푸흐흡 바람빠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결국 너나 할 거 없이 앞다퉈 연차를 올리고 이 아포칼립스 속에서 혼자 살아남은 나는 히어로가 되어 부서를 지키기로 했다. 아 괜찮아요. 얼른 가세요. 제 걱정하실 때가 아닐텐데. 가세요. 아 가라고!!! 가!!!! 뒤돌아보지 말고! 가란 말이야!! 여기서 이럴 시간 없어! 여기는 내가 지킬게!

점심시간이 끝나고 초토화된 부서로 돌아왔다. 진짜 나만 남았네. 홀로 앉아있는 나를 보고 놀란 옆부서에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본다. 휴우. 우리끼리 몰래 굴파티를 하고 이렇게 되었다는 나의 이실직고를 듣고 빵 터지는 사람들. 

"웃지 마세요! 저희는 심각하다고요! 푸흐흐흐.” 

혹시나 하고 오늘부터 다른 부서로 출근하는 과장님의 메신저를 켜보니 무려 출근 첫날 오전 연차를 내셨다. 맞다. 그러고 보니 어제 왜 이렇게 안 드시냐고 했더니 전날 오자마자 초장부터 찍어서 맛을 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결국 소주까지 까버렸다고 하셨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많이 속상해 할텐데 이를 어쩌나.


그런데 텔레파시라도 통한걸까. 사무실 문을 힘겹게 열고 들어오는 과장님이 보인다. 하룻밤새 반쪽이 되어버린 얼굴. 텅 빈 사무실 풍경에 당황하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혹시 배 아픈 사람 없었어요? 평소에 잘 사 먹던 가게에서 사 온 건데…"

윽. 뭐라고 해야 하지? 하긴 뭐 숨겨도 소용없겠지. 내 이야기를 들은 과장님의 낯빛이 더 어두워진다.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니잖아요. 아까 찾아보니까 그거 육안으로는 절대 알 수 없고 전문점에서 먹어도 탈이 난대요. 그리고 아까 모여서 이야기했는데 사람들 다 과장님 걱정만 했지 아무도 뭐라고 안 했어요.”

당황해서 그런가 주절주절 말이 길어지네. 어젯밤부터 시작된 복통으로 저승문에 노크를 하고 왔다는 과장님은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다가 그 문 앞에서 잠이 들었단다. 그런데 발령 첫날이라 인계도 받아야 하고 안 나올 수가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 

정말 괜찮은 거 맞냐고 나를 걱정하는 과장님께 굴을 못 먹어서 많이 안 먹었다는 진실을 고백하려다 나는 원래 강철위장이라고 둘러댔다. 유통기한 지난 것도 잘 먹고 어쩌고저쩌고. 하얀 거짓말이니 봐주세요. 계속되는 나의 재롱에도 과장님의 울상이 펴지지 않는다. 아이참. 할 수 없지. 어제 먹은 굴값이다 생각하고 내 흑역사 보따리 좀 풀어볼까.


“제가 비밀 이야기 해드릴까요?” 

입사 3개월 차 회사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이브.  같은 팀 선배가 이런 날 일하는 것도 울적한데 우리끼리 연말 기분이나 내보자며 퐁실퐁실 귀여운 마시멜로와 핫초코를 가져오셨다. 와아! 깜짝 선물에 기뻐하던 사람들. 나도 완전 좋았지! 너무 신난 나머지 아무도 안 시켰는데 내가 한꺼번에 타오겠다면서 큰소리를 쳤다니까. 혼자 괜찮겠냐는 선배들의 만류에도 핫초코를 다시 다 수거해서 의기양양하게 탕비실로 향했다. 아 됐고 저만 믿고 딱 기다리시라니까요!

탕비실 서랍을 뒤져 큰 종이컵들을 찾아냈다. 룰루랄라. 가루 넣고 온수도 넣고. 핫초코가 들어있는 종이컵을 쟁반 가득 담아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나눠드렸지. 근데 이거 생각보다 무겁네. 세 번쯤 돌고 나니 팔이 후들후들. 아이고 이제 끝났다. 아! 내 거! 크크크크. 

아까 제조해서 미지근해진 내 핫초코를 챙겨 들고 탕비실을 나서는데. 턱! 읅! 우당탕쿵쾅쿵쾅!! 평소에는 잘만 피하던 전선에 슬리퍼가 걸려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철퍼덕! 

나동그라진 핫초코는 바닥에 쏟아지고. 

치지직! 

저 밑에 매립되어 있는 콘센트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리더니.

푸슈우. 

옆팀 컴퓨터들이 동시에 모두 꺼져버렸다. 삽시간에 벌어진 엄청난 대형사고. 모두가 멍하니 입을 벌리고 나를 바라봤다. 하필 딱 그 구멍으로 떨어질 게 뭐람. 나는 바닥에 엎어진 채 가만히 굳어버렸다.

“안 다쳤어?”

부장님까지 놀라서 달려 나오신다. 무릎이 얼얼하긴 하지만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정신을 차리자마자 옆팀을 바라보니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과장님이 보인다. 으아아아 어떡해. 저장 안 된 거 다 날아갔나 봐. 왈칵.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니야. 수습! 수습부터 해야 해. 

천만다행으로 가구 여기저기에 음료가 튀긴 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핫초코가 식어버린 게 천운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어. 우선 일어나자마자 무릎에 머리가 닿을 듯이 사과를 드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아까는 나와 같이 멘붕상태였던 선배들이 온통 핫초코 범벅이 된 나를 보고 웃기 시작했다. 

“깔깔깔깔. 아이고 쟤 좀 봐. 저걸 어쩜 좋냐.”

허허. 다... 행인 건가? 아까 잔뜩 열받은 과장님도 마찬가지.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에 콧구멍을 벌름거리시더니 ‘너 때문에 못 산다. 진짜.’ 한마디와 함께 괜찮냐고 물어보시더라구. 호우. 십년감수했네. 

설비팀에 전화부터 하고 화장실에 있던 대걸레로 사무실 바닥 구석구석을 박박 닦았다. 어휴 어디서 자꾸 초코 냄새가 올라오는 거야? 물티슈로 가구들도 구석구석 닦아주고. 이제 얼추 다 한 건가?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어차피 컴퓨터도 꺼졌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티타임이나 갖자며 부장님이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원래 애들은 자기 몫의 저지레를 다 치러내야 어른이 되는 거야.”

웬일로 훈훈했던 부장님의 훈화 말씀. 우리는 다 같이 모여 핫초코를 나눠마셨다. 새로 타온 따끈한 핫초코. 진짜 연말 같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나를 놀리느라 바쁜 선배들. 나도 웃어도 되나? 흐흐. 활짝 웃지는 못하지만 이 상황이 싫지 않은 나. 

“앞으로 쟤한테 함부로 잡일 시키지 마. 그리고 막내는 하기 싫으면 말로 하고 알았지?” 

그 농담에 귀까지 얼굴이 빨개진 나는 푹 숙인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도착한 기사님께 이러면 큰일 난다고 호되게 혼이 나고 나의 역대급 실수는 1시간 만에 정리되었다. 어때? 이 정도면 굴 사건에 맞먹는 흑역사 맞지?


“다행히 롱패딩을 입고 와서 그걸로 대충 가리고 집에 갈 수 있었어요.” 

내 이야기를 들은 과장님이 아픈 것도 잊었는지 박수까지 치며 깔깔 웃는다. 그때 같은 부서였던 선배들은 요즘도 가끔 그 일로 나를 놀리지만 크크. 한 짓이 있는데 그 정도쯤이야. 

“크흠. 그러니 과장님도 무리하지 마시고 얼른 집에 가서 쉬세요.” 

그제야 조금 밝아진 얼굴로 발길을 돌리는 과장님. 거기서도 사랑받으시길 바랄게요. 당연히 그렇겠지만. 정 많고 유쾌한 우리 과장님.  

다음날 절반쯤 되는 부서 사람들이 이온음료들을 하나씩 옆에 끼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무리하지 말고 쉬어도 된다는 부장님. 저기 부장님 얼굴이 제일 안 좋으세요. 내 말에 웃어주시는 걸 보니 좀 낫긴 하셨나 보네. 그리고 기쁜 소식. 노로바이러스는 4급 법정감염병이라 병가처리가 가능하단다. 으어어어. 흐리게 환호하는 좀비들. 부럽냐고? 아니 전혀. 흐흐. 3일쯤 되니 제법 사람 같아진 그들은 강제 다이어트로 반쪽이 되었다가 채 얼마 지나지 않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무실로 다시 찾아온 큰손 과장님. 좀비들의 몰골을 보며 너무 미안해하셨다. 사람들 반응이 조금 걱정됐는데 다행히 다들 웃어주시더라구. 히히. 혹시 그간 저희한테 뭐 쌓인 거 있으셨냐는 농담을 주고받기는 했지만 그 정도 뒤끝은 받아주셔야지. 크크. 아 그리고 앞으로 우리 부서에서 굴 관련 토크는 금지되었다. 듣기만 해도 속이 안 좋아진다니 믿거나 말거나. 거기서 그만하시지. 옆팀 팀장님이 유사품인 귤도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으니 가급적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아재개그를 하셨다. 으으. 노잼. 이상한 농담 하시는 거보니 다 살아나셨나 보네.




이전 08화 이 마카롱을 먹어 말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