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드리는 편지글
그대에게,
안녕,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이니까…, 머쓱하게 괜히 인사나 한 번 더 해볼까요 ? 안녕, 안녕. 안녕히 지냈죠 ? 그거면 됐어요.
세상에, 정신 차려보니 마지막 글을 쓴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어버린 거 있죠. 초기의 포부가 그리 오래가지 못한 제 자신에게 잔소리를 좀 해야겠어요.
그동안 저는 아주 한가했어요. 무척이나 한가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알바를 시작해서 한 번도 쉰 적이 없는데 지난 공연이 끝난 이후로 처음으로 한 달간 백수로 살아보았어요. 자유로우면서도 불안하면서도 행복하지만 들뜬 기분이 참 이상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마치 시간의 바람에 휩쓸려 가만히 몸을 뉘인 채 있다가 문득 눈을 떠보니 바로 지금이네요. 크리스마스를 지나고 이제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지금이요.
그대들의 연말은 어땠나요 ? 웃음으로 가득했나요 ? 혹은 후회에 괴로워하지는 않았나요 ? 아무렴 어때요. 그런 것들을 감각한다는 것 자체로도 굉장히 멋진 일이에요.
새해를 앞두고 있다고 생각하니 저야말로 이상하게 마음에 찬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것 같네요. 이 작은 구멍으로 제 마음을 간질이는 차가운 바람결을 조금은 즐겨봐도 되지 않을까요 ?
이번 감기는 심하게 오래간대요. 부디 건강히 1년을 비추어 주었던 23년의 해를 마지막까지 예쁜 미소로 보내주기로 해요.
그럼 그때까지,
2023년, 12월, 28일,
녕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