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일곱번째 시
행복을 묻다
하루가 저문 자리
나는 어제를 부른다
마주 앉은 어제에게
조용히 묻는다
언제였을까
내가 너를 웃게 한 순간은
너는 고개를 숙이고
오랜 침묵 끝에 말한다
크리스마스트리의
마지막 별을 다는 순간,
길을 잃고 헤맨 끝에
아는 길을 나타난 순간,
아버지의 손을 잡고
동물원을 뛰어다니던 순간도
모든 사소하고, 소중한 순간들
그 모든 작고 특별한 것들이
내게는 전부였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에게 묻는다
너는,
너는 어때
너는 고민하지 않는다
어렵지 않게 술술 읊어나간다
잘 자고 일어난 아침, 배가 고플 때
하기 싫은 일정이 없고, 시간이 빌 때
어깨부터 허리까지 결리는 곳이 없을 때
줄줄줄
그래
안 아프고, 안 좋은 일이 없으면
그걸로 됐다
그게 행복이고, 나도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