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여섯 번째 시
심연
여의나루역
여의도 중학교 건너편
굴다리를 지나면
어둡고 인적이 드문 길이 나온다
놀이터 지나
다리 밑에 이르면
계단에 철퍼덕 주저앉아
맥주 한 캔을 딴다
칠흑의 음습한 강물은
들어오라 나를 부른다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에
소스라치게 놀라
가로등 밑 벤치로 물러난다
봉준호의 괴물은 대낮에 나오지만
나의 괴물은 밤보다 더 어두운 심연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