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그리고 서른두 번째 시
삶을 분해해 보자
삶을 분해하자.
6시에 일어나 3종류의 약을 먹고, 달걀 3알을 삶는다. 책을 5쪽 읽고, 입을 옷을 골라둔다. 그날의 과일을 골라 그릇에 담아주자.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배달하고, 공원을 1바퀴 천천히 걷자. 뜨아를 마시며, 최신 음악을 듣자. 벤치에 앉아 오늘 할 일을 메모하고, 하늘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자. 정육점에 들러 저녁식사를 위한 고기를 고르자. 돼지갈비나 닭고기가 좋겠다.
이제 겨우 10시다.
아침 식사를 하자. 삶은 달걀, 양배추, 올리브유 듬뿍에 소금 추가다. 밥을 반쯤 먹었으면 비타민C를 꿀꺽 삼킨다. 그릇은 식세기에 넣고, 곧바로 돌려버리자. 싱크대는 늘 비어 있어야 해. 오카리나를 불자. '언제나 몇 번이라도'를 멋지게 부는 그날까지. 속옷을 챙겨서 샤워하러 가자. 로봇 청소기를 돌려놓고 가야지. 기계가 쉬는 꼴은 볼 수 없다.
11시다. 이제. 언제 끝나냐. 이 시는.
하루에 할 일은 대략 40여 개 정도다. 다 하면 하루가 끝난다. 그게 다다. 부지런히 살자 그런 게 아니다.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잘게 분리하고 쪼개면, 그리 무겁지도 버겁지도 않다. 제법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