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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 Jan 17. 2023

빗소리에 집은 안녕한지!

반가워 겨울비!

살 것 같다.

집안에 문이란 문은 다 열어서 집안의 공기를 바꾸고 있다.

하다못해 주방 싱크대 상부장과 하부장 중간에 위치한 작은 창문까지도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빗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었을 시간이다. 기상 알람이 울리려면 두어 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평소와 다르게 창밖에서 들리는 빗소리에 맘이 들떴다. 오늘은 맘껏 창문을 열 수 있겠구나 기대도 되고 안심도 되는 게, 한겨울에 듣는 빗소리가 꽤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애매한 시간에 눈이 떠지면 알람이 울릴 때까지 뒤척이는 게 예사인데 오늘은 좀 달랐다. 잠자리가 포근한 게, 금방 스르르 눈꺼풀이 감겼다.



아침부터 대청소를 했다. 집안 구석구석 먼지를 털고, 청소기도 돌리고, 걸레질도 하고,,, 옥상에 올라가 고인 빗물도 쓸고, 하수구에 낙엽은 쌓이지 않았는지, 집안 안팎을 다니며 점검하고, 그동안 쌓인 먼지를 빗물과 함께 쓸어냈다. 조갈증에 시원한 물 한잔 들이켠 것 모양 속이 다 뻥 뚫렸다.  


폭염과 가뭄에 내리는 단비라면 모를까, 비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장마철에 몰려오는 비는 성가시고 걱정스러운 일을 만들 때가 많아서 더 그렇다. 헌데 이 와중에 비가 반가운 이유가 미세먼지 때문이라니, 비를 반길 만한 이유가 하나 더 늘었는데 맘은 편치 않다.


사실 비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내 집의 상황이 문제가 될 때가 많아서라고 해야겠다. 그 때문에 비가 오면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지 비가 싫은 건 아니다. 좀 더 자세히 얘기를 하자면 내가 살고 있는 가옥과 연관이 있다. 공동주택과 달리 일반주택은 사는 내내 아기 돌보듯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 참으로 많다. 더구나 건물 연수가 오래된 주택은 자질구레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자꾸 생겨난다. 특히나 여름 장마철과 겨울 한파에 발생하는 일들은 건물주가 해결할 수 없는 까다로운 문제일 때가 많다. 그 밖에도 생활하면서 소소하게 챙겨야 할 일은 하나하나 늘어놓기도 입 아플 정도로 많다. 그것을 일로 생각하면 피곤하고, 재미로 생각하면 집을 섬기고 사는 데 맘은 좀 편해진다. 어떨 땐,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롭다면 비를 이렇게까지 부담스럽게 생각했을까 싶을 때도 있긴 하다. 암튼, 오늘 비는 기쁘다 못해 행복하기까지 했다. 맑은 날이라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는데도 비가 반갑고 고마웠다.


봄이 오면, 좋은 날을 택해 그동안 미뤘던 양쪽 대문에 페인트칠을 할 계획이다.

페인트칠은 특별히 기술이 필요한 일도 아니고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 데다 집단장 중 재밌어하는 일이기도 하다. 복장은 준비됐다. 바닥은 멀쩡한데 옆구리 실밥이 터진 운동화, 보풀이 보이기 시작한 운동복, 거기에 수건 한 장 머리에 질끈 묶으면 작업 포스가 제대로겠다. 아! 눈 보호를 위해서 선글라스까지, 오케이!


이미 대문의 페인트 색도 정했다. 시원하게 아쿠아 블루가 어떨까 싶다. 그리고 흰색 수성 페인트는 건물 외벽에 바를 계획이다. 창문이 있는 낮은 외벽 근처에 와서 굳이 담배를 피우는 이가 있다. 말을 하려니 것도 맘이 불편해서, 외벽 칠하는 김에 한쪽 구석에 ' No Smoking ' 메시지가 담긴 익살스러운 그림을 그려 넣을 참이다. 흡연 맛집 스폿에 사는 이의 애로사항이 충분히 전달될 만한 그림이어야 할 텐데,,, 이누무 창작자의 고통이란... ;;;


광방에 페인팅에 필요한 도구는 다 있으니 이른 봄에 페인트만 주문하면 된다. 계획만으로도 이미 대문이 아쿠아 블루로 화사해진 것 같다.


멀지 않은 봄에 무임금 인부로 돌아오겠다!  " I wii come back soon. "

혹시, 가는 날이 장날! 막 이러면서 때마침 지나가는 비라며 때려 붓는 건 아니게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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