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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것음 당신의 마음입니다.

by 금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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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스님이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며 논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한 스님은 “깃발이 움직입니다.”라고 했고, 다른 스님은 “바람이 움직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때 지나가던 육조 혜능 스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흔들리는 것은 깃발도 아니고 바람도 아닙니다. 흔들리는 것은 그대들의 마음입니다.”

이 이야기는 당나라 시절의 선종에서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외부의 상황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결국 마음의 상태를 반영한다는 깊은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혜능 스님은 깃발과 바람, 둘 중 어느 것이 움직이는지에 대한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합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 때문이고, 바람이 움직이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중요한 것은 깃발이나 바람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듯, 우리의 마음도 세상의 변화에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이 이야기가 얼마나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갑니다.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소식과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은 우리의 마음을 흔듭니다. 주식 시장의 변동, 사회적 이슈, 인간관계의 변화 등은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그러나 정작 흔들리는 것은 외부의 상황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입니다.

좋은 소식에 들뜨고, 승진이나 목표 달성 같은 성과에 기뻐합니다. 나쁜 소식에 침울해지고, 건강 문제나 실직 같은 어려움에 좌절합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것은 모두 우리의 마음입니다. 외부의 상황은 단지 있는 그대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중립의 모습으로 그저 존재할 뿐입니다.

바람이 부는 것은 자연 현상일 뿐입니다. 그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깃발입니다. 마찬가지로, 세상의 모든 일들은 그 자체로는 중립적입니다. 우리는 그 중립적인 존재에 온갖 오해와 판단을 보태며 각자의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송나라의 승려이자 시인인 혜홍(惠洪, 1071-1128)은 자신의 시에서

“대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티끌이 움직이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에는 흔적이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시는 그 어떤 외부 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우리의 본래 모습을 전하는 아름다운 시의 한 구절입니다.

진정한 자유와 평화는 외부 환경의 영향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폭풍 속에서도 깊은 바다가 고요하듯,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우리의 내면은 평온할 수 있습니다. 숙련된 선장이 거센 파도 속에서도 배의 키를 잡듯이, 우리도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며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의 문제들을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과 함께,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마음의 동요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 흔들림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을 다스리는 첫걸음입니다.

명상을 통해 자신의 호흡과 마음의 움직임을 관찰하듯, 우리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우리는 선택을 합니다. 외부의 상황에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스릴 것인가. 이 선택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입니다.


누군가는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직이라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누군가는 이를 실패로 받아들이고 좌절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로 삼아 자기 계발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같은 잔에 담긴 물을 보고 누군가는 “반이나 남았네?”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모든 것이 완벽할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을 때 경험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진정한 자유는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때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발견할 때 찾아옵니다.


결국 우리가 찾는 평화와 자유는 외부가 아닌 내면에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깨닫게 될 것입니다. 흔들리는 것은 결코 깃발이 아니었음을, 그것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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