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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찬가

by 금돼지

“우리는 잃어버린 것을 통해 가진 것의 소중함을 배운다.” - 아서 쇼펜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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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하늘을 날고 있는 까마귀가 ‘까악, 까악!’ 울었습니다. 그때 함께 길을 걷던 친구들과 나는 “재수 없다.”라며 침을 ‘퉤’ 뱉곤 했었습니다. 한국의 까치는 반가운 손님이 오는 좋은 징조이지만 까마귀는 불행을 몰고 오는 징조로 여기던 전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청각장애가 있는 분이 출연한 TV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며, 제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얼마나 특별한 축복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까마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가요.

소리가 공기를 타고 전해져 고막을 울리고, 그것이 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어 우리가 인식할 수 있게 되기까지. 그 모든 과정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만 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수많은 정교한 시스템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까마귀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감사함이 먼저 찾아옵니다.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얼마나 특별한 기적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불길하다고 여겼던 소리가 이제는 제게 찾아온 작은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그렇게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시끄럽다고만 생각했던 주변의 소리가 모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종종 가진 것의 소중함을 잊고 삽니다. 매일 숨 쉬는 것도, 걷는 것도,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모두 기적입니다. 하지만 그 기적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당연하게 여기고 지나치곤 합니다. 때로는 그것을 잃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야 비로소 우리가 누리고 있는 축복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아침이면 찾아오는 까마귀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안녕, 오늘도 네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참 고맙구나.” 그렇게 마음속으로 인사를 건넵니다. 불길한 징조가 아닌, 감사할 수 있는 순간을 알려주는 작은 메신저로 그를 바라봅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축복입니다. 시끄럽고 불편한 소리조차도, 그것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입니다.

오늘도 저는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이렇게 들을 수 있음에, 이렇게 살아있음에, 이렇게 존재함에 감사하다고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진정 불길하다고 여겨야 할 것은 까마귀의 소리가 아니라, 그런 평범한 일상의 기적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아닐까요? 오늘도 저는 까마귀의 노래를 들으며 감사함의 깊이를 더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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