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미행:달이 나의 뒤를 밟던 밤

by 은실장

[세상에 없을만한 일은 없다]

직장생활 15년 차. 그동안 참 많은 굴곡이 있었다. 거침없이 상승고도를 달리다가도 예기치 못한 방지턱에 걸려 '덜컹'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면 아차 싶다. 다시 조심운전을 해야겠다는 경각심이 온몸을 조여 온다.


익숙함이 지나쳐 만연함이 되었던 걸까. 얼마 전 동료 직원의 응대에 대한 불편함으로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달군적이 있다. 중간관리자인 나는 이것이 비단 그 직원만의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공교롭게도 그 직원에게 드러났을 뿐이다.

원장님과의 대책회의, 쏟아지는 책망과 경위서 한 장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자괴감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 문득 냉정함을 찾으려 애쓴다. '그래도 내가 누구야, 실장 아닌가.' 직원들에게 나약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짐짓 단단한 표정으로 다시 파이팅을 외쳐본다.


교육 서비스업에 대한 나의 신념은 처음 일을 시작했을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이 일의 가치를 믿으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치열했던 입시과정 중 기댈 수 있고 포근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온라인상의 글 하나로 우리 전체의 노력이 판단되어 버리는 현실이 억울하기도 하고,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어 답답했다. 나는 지명된 동료에게 나무라는 대신,

주위를 다시 재 정비하고, 업무에 대한 매뉴얼을 다시 한번 숙지시키며, 이번 일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 '심기일전'의 기회라고 다독였다.


학생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텅 빈 강의실을 나서며 생각한다. 이 또한 '세상에 없을만한 일은 아니다' 란 생각으로 내 마음속에 생겨난 무력감을 애써 지워보려 했다. 지금 넘은 이 거친 방지턱이 내일의 부드러운 주행을 약속해 주길 바라며, 아직도 배울 것이 남았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사함을 느끼기로 했다.




미행


등 뒤에서 다독이다

옆에 와 어깨동무


어느새 눈앞에 다가온

저 집요한 응원




퇴근길, 차창 밖 옆 자리 또는 앞으로 따라붙는

달을보며 나의 안위를 확인하는 친구같았다.

집에 도착하여

시동을 끄고 한참을 차 안에서 심호흡하다 마주한 풍경.

미리와서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를 담아보았다

덜컹거리는 하루를 보내고 마주한 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하고 따뜻해 보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카시]러닝메이트:학원실장이 전하는 생생한 방학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