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의 손길들이 함께 달리는 레이스
도시의 맥박이 뛴다
결승선 너머
금의환향의 꿈을 향해
서로의 안녕을 완성한다
학원에서의 방학은 그야말로 ‘Rush’다.
아침 일찍부터 잠이 덜 깬 얼굴로 출석 호명에 턱걸이하듯 들어오는 아이들. 방학 동안 학생들이 학원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복도는 종일 북새통을 이룬다. 두 달여의 방학 동안 학생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려 안간힘을 쓴다. 아침부터 자습실 책상을 지키며 스스로 계획한 학습을 이어가고, 조교의 피드백을 받으며 본 수업 전까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다.
방학 동안은 담당 강사들의 출근 시간도 빨라진다. 학생들이 자습실에서 열중하는 동안, 강사는 수업 자료를 준비하며 어떻게 하면 더 다각도로 수업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깊은 고심에 빠진다.
1월 초 특목고 합격 발표 후 셋째 주에는 일반 고등학교 배정 발표가 있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기엔 그 실패의 맛이 너무도 쓸 것이다. 복도에서는 웃는 아이와 우는 아이의 표정이 교차한다.
“긴 인생 여정에서 보면 별일 아니다. 특목고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일반고에서도 충분히 원하는 교육을 받으며 목표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선배들이 수두룩하다.”
복도에서 마주친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혹은 상담실로 조용히 불러 지난 선배들의 합격 수기를 보여주며 진심 어린 격려를 건넨다. 실제로 그런 사례는 아주 많다. 뒤이어 일반고 배정이 나오면 1 지망 학교에 붙었는지에 따라 또 한 번의 감정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이렇듯 학생들의 방학은 학교생활의 연장선 위에서 멈추지 않고 흐른다. 누군가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는 방향이 되어 그 곁을 지킬 뿐이다.
한바탕 학교 배정이라는 회오리가 지나고 나면, 어느덧 감정들은 정상 궤도로 돌아와 다시 ‘공부 모드’로 진입한다. 하루 중 저녁 시간은 아이들에게 잠시 세상 밖 공기를 맡으며 환기하는 꿀맛 같은 시간이다. 어떤 어머니들은 이 짧은 틈을 놓칠세라 애지중지 키운 자녀를 위해 영양 만점 도시락을 싸 오신다. 학원 주차장 차 안에서 급하게 도시락을 먹이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볼 때면, 그 노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나 또한 학부모였기에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안다.
학생과 학원이 이토록 방학을 치열하게 보내야 하는 이유는 가장 고민스러운 딜레마이기도 하다. 학원의 존재가치는 결국 학생의 성적으로 증명되기 때문이다. 그 증명을 위해 우리는 방학이라는 골든타임을 이용해 학습 방향을 잡고 몰입하여 관리를 한다. 나태해질 법한 시간에 학생이 스스로 책을 펴게 만드는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건 학부모뿐만이 아니다. 학원 역시 마찬가지다. 신학기 개학과 동시에 이어지는 중간고사에서 아이들이 웃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아이들의 성적이라는 결과물로 스스로를 증명해내야만 하는 ‘운명 공동체’다.
물론 교육에 정답은 없다. 스스로 학습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다만 수많은 학원 중 우리 학원을 선택한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세밀히 파악하고 최선을 다해 지도하며, 이 방학을 함께 불태울 뿐이다. 그것이 사교육 집단의 존재 이유이자 목표다.
뜨겁게 보낸 누군가의 겨울방학이 봄학기 활짝 핀 꽃과 함께 학생과 학부모의 밝은 미소로 번지길 소망해 본다.
이 글은 지극히 사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는 한 개인의 입장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공교육의 가치를 존중하며, 그와는 또 다른 현장에서 아이들과 치열하게 호흡하는 사교육자의 고민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은 매한가지임을 믿습니다.
집 앞에 요즘 학교 공사가 한창입니다. 현장을 지날 때, 낯선 이국의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국적은 달라도 결국 같은 꿈을 향해 달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 학원 아이들과 우리가 맺고 있는 ‘운명 공동체'를 떠올려 봅니다. 어쩌면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목표를 완성해 가는 러닝메이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