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억해:차가운 마음을 데운 달콤한 고백

by 은실장




신학기가 되고 학생들의 유입이 늘어나면 난 먼저 학생의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한다

학원이라는 공간이 학교 친구들과는 또 다른 낯섦으로 다가올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기 때문이다.

개강 시에는 신규학생이 한꺼번에 입학을 하기에 처음에는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안 가지만 서서히 눈에 익는 친구들이 보인다. 서연이는 아는 친구가 있는듯해도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었다. 간혹 데스크 앞을

지날 때 눈이 몇 번 마주쳤다.


어느 날, 데스크 근처에 있던 서연이에게 내가 먼저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건넸다.

내 부름에 서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제 이름을... 아세요?" "내가 왜 몰라, 서연이를~"

그 뒤로 마주칠 때마다 내게 인사도 참 잘했고, 나도 반갑게 아는 척을 해주며 우리 사이엔 기분 좋은 유대감이 생겼다.


어제 서연이가 데스크 샘들하고 같이 드시라며 쇼핑봉투를 내밀었다.

밸런타인데이라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였다.

봉투 안에는 손수 만든 초콜릿이랑 쿠키. 일회용 포크까지 넣어져 있었다.

참 세심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누군가에겐 흔한 초콜릿일지 모르지만,

밸런타인이라는 의미 있는 날에 그 뽀얗고 조그만 손으로 직접 만들고 포장했을 그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일만큼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내가 그 학생에게 기억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행복한 하루이다.


아이들은 주는 대로 받는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가 건넨 작은 관심이 이렇게 달콤한 진심으로 돌아오니 말이다.


겨울학기 특강이 이어지고 다시 봄학기 개강을 위한 일들이 많아져 피로감이 누적이 되었다.

달달한 서연이 표 초콜릿으로 당충전 완료!!

기분 좋게 다시 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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