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신고식: 나를 위한 휴가의 의미

by 은실장

오늘은 아들의 생일이다.

아들이 결혼하고 맞이하는 첫 생일이기도 하다.

이번 설 연휴, 우리가족은 리조트로 여행을 다녀왔다.

온 가족이 동시에 여행을 가는 건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날짜를 맞추기도 어렵거니와

열세 살된 반려견이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 동반 객실로 일정을 맞추려고 하니

공식휴일인 설연휴가 딱이었다.


바쁜 업무로 연휴 전날까지 근무했기에, 여행 준비는 흡사 전투 자세였다. 필요 물품만 최소화하여 챙긴 소박한 여행. 아들 내외 객실과 우리 부부, 딸들, 반려견이 머물 객실을 따로 예약했다. 처가에 가야 하는 아들 내외는 1박을, 우리는 2박을 머물렀다.


하필 설연휴에 생일이라 뭔가 빠트리는 것 같고

생일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은 섭섭함을 느끼진 않았을지 감정이 묘하다.

아들이 결혼을 하고 나는 아들 내외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살피려고 노력한다.

다행히 며느리는 설 연휴 여행을 내심 좋아하는 눈치였다.

며느리는 먼저 결혼한 언니부부내외와 친정에서 아들의 생일파티 겸 가족모임이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사돈어른께서 아들 생일상을 차려주신다 하니

더없이 감사한 마음이다. 엄마도 못해주는 생일상..

미안함은 축하금으로 대신하며 마음을 전했다.


결혼후 아들은 많이 안정되어 보인다.

날카롭던 표정도 따뜻한 훈남으로 변했고,

주변을 두루 챙기는 마음의 여유가 보여

참 감사하다.


문득 치열하게 자리를 잡아야 했던 아들의 청춘을

너무 방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져본다.

그저 스스로 잘 해내리라는 엄마의 믿음으로 내 무심함을 애써 포장해 볼 뿐이다.


남편의 제사 탈피 선포로 자연스레 이어진 이번 여행. 그러고 보니 여행지 숙소에서 이렇게 잠을 많이 자본 게 처음인 것 같다. 직장 생활의 피로가 쌓여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단했던 터라 나에게는 꿀맛 같은 휴식이자, 다시 봄 학기 개강을 준비하는 소중한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며, 다시 달려야 할 시간이 다가온 직장인의 아쉬운 연휴 끝자락 우리의 아침 메뉴는

김밥이다.

사실 식구들은 내가 직접 말아준 김밥을 참 좋아한다. 원래 계획은 여행 출발 아침 정성껏 김밥을 말아 아들 차에도 넣어주고, 우리도 차 안에서 먹으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연휴 직전까지 이어진 업무 피로에 눌려 야심 차게 주문했던 김밥 재료들은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고 여행길에 올랐었다.


아들 내외는 아마 어제 처가에서 귀한 생일 미역국을 든든히 대접받았을 것이다. 엄마의 김밥은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지만, 마음만은 가볍다. 아들은 아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배부른 연휴 끝자락 아침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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