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렌즈영화관:추억의 안경을 닦다

by 은실장

렌즈영화관


세월 따라 뿌예진 시야

흐려질 때마다 들어 올리는 안경다리


시간의 창틀너머

끝없는 동화가 상영된다




젊은 시절, 나의 시력은 유독 좋았습니다.

안경 쓴 친구들의 지적인 모습이 부러워

맞지도 않는 친구 안경을 빌려 써보기도 했던 철없는 날도 있었지요.


다시 일을 시작하며 하루 종일 모니터와 씨름하고, 흐르는 세월을 정면으로 맞이하다 보니

어느덧 '노안'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안경 없이는 세상의 사물을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시야가 흐려질수록 기억의 풍경은 묘하게 선명해집니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글자는 가물가물해도,

가슴속에 묻어둔 옛 추억들은 자꾸만 고개를 듭니다.

잊고 싶었던 아픈 기억부터, 다시 돌아가 영원히 머물고 싶은 찬란한 순간들까지.

만약 잊히는 기억들을 안경처럼 다시 선명하게 보여주는 도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록 눈앞의 풍경은 예전만큼 맑지 않지만, 오늘 잠시 마음의 안경을 쓰고 추억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눈을 감고 추억의 안경을 끼면, 끝없이 펼쳐질 동화.


이제 내 삶이라는 스크린의 불이 켜집니다.


상영 시작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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