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에 반려견 산책을 시킨다.
일 때문에 못해주는 날이 있지만 가급적 자주 시키려고 한다.
산책을 할 때면 강아지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한 마디씩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반려견 가족들은 대부분 반려견을 매개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 관심을 보이며 반려견얘기로 대동단결이 된다.
노령견이라 잘 걷지를 않아 품에 안고
공원 벤치에 앉아 쉬고 있던 차였다.
"강아지 예쁘네요, 어려요?"
선글라스를 끼고 한 손엔 커피를 든 낯선 여자가 말을 건넸다.
"아니요, 열세 살이에요." 내 대답에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다시 공원 둘레를 걷기 시작했다.
한 바퀴를 돌고 와 다시 말을 건넸다.
" 여기는 산책하기 좋아,
2단지는 아파트가 붙어있어서 해도 잘 안 들어와. 1단지에 살아요?"
"네 저는 1단지예요."
"몇 동?, 몇층? "
"107동, 25층이요"
"아이고 딱 좋네 시원하니.."
"아 네 ~"
전에는 낯선 사람들과 얘기 나누는 것이 쉽지 않았다. 상담실장이라는 직업적 습관과 나이 듦이 주는 유연함 덕분인지 나는 자연스레 대답을 이어갔다.
여자분은 한 바퀴 돌고 와서 또 말을 건넨다.
전에는 어디에서 살았는지, 애들은 몇인지, 몇 살인지,, 등등
본인은 결혼 전 겪었던 아픈 선택과 그로 인해 자녀 없이 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강아지를 안고 공원에서 처음 만나서 나눈 대화치고 다소 무거운 얘기였지만 나도 그냥 편하게 하나의 경험치를 나누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려 했다.
어디든 쏟아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내미는 다정한 손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어진 대화에서는 매일 이 시간에 운동을 나오고 있고
같이 운동하면 좋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요즘 들어 부쩍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지
가급적 남을 많이 이해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지금이 행복하다 느끼며 살려고 한다.
더불어 애써 나를 감추려거나 포장하려 하지 않고
과거의 불찰에도 성찰을 하게 된다.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 잠깐 나눈 대화에서
누군가에게는 'T.M.I' 일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또래의 입장에서는 나를 내려놓고 세상을 아우르는
'풀어헤침'이리라.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고 가식이 없이
오롯이 나를 표현함에 망설임이 없는 우리는
대한민국 장년이다.
위 디카시는 25년 반려동물 디카시에서 입상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