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보다 중요했던 것!
나는 세 아이의 입시를 치렀다. 큰아들과 큰딸은 수능 점수에 맞춰 정시로 대학에 갔고, 막내딸은 수시 전형으로 입학했다. 정시는 수능 점수라는 결과로 지원하지만, 수시는 결이 다르다.학생부종합전형의경우 3년 동안의 학생부와 면접, 그리고 수능 최저학력기준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는 긴 여정이다.
막내딸이 고3이 되던 해, 나는 어렵게 재취업한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직장인이라 아이 입시에 소홀할까 봐 염려됐기 때문이다. 사표를 낼 생각으로 면담을 했으나 윗분들의 만류로 퇴사는 반려되었다. 오히려 배려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지나고 보니 그때 퇴사하지 않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고1 성적을 확인한 뒤 우리 모녀는 수시를 준비하기로 했다. 경기도 내 우리 지역 특성상 선배들의 결과가 대부분 수시였기 때문이다. 나는 먼저 아이에게 학생부가 본인이 주체가 되어 관리해야 하는 '노트'임을 상기시켰다. 제일 기본인 내신은 5학기 동안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이치도 설명해주었다.
그때 가장 참고가 된 건 학기 초 학교에서 나눠준 '지난 입시 결과 자료'였다. 졸업생들의 내신 등급부터 서류, 면접의 합불 과정이 담긴 귀한 교습서였다. 선생님들이 "혼을 갈아 넣으며 만든다"고 하실 만큼 고된 작업의 산물이었다.
현재 등급을 유지한다면 선배들은 어느 학교에 합격했는지 확인해 보니 비로소 로드맵이 그려졌다.
하지만 데이터만큼 중요한 건 정작 주인공인 아이의 마음을 읽는 일이었다.
데이터 분석을 마친 뒤 마주한 우리 아이는, 정작 본인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철부지였다. 나는 아이가 잘하는 과목을 짚어주며 용기를 북돋웠다. 딸은 수학을 잘했다.
학부모이기 이전에 나는 상담실장으로 수많은 학생의 성적을 봐왔다. 우리 아이는 대단한 선행이나 천재적인 감각은 없었지만, 성실함이 만든 확실한 우위는 있었다. 교내 수학경시대회 1등을 할 만큼 기본기에 충실했던 그 실력이 내가 믿고 배팅할 수 있는 데이터였다.
아이가 가진 재능을 입시라는 현실 안에서 어떻게 꽃피울지 함께 고민했다. 나는 수학적 사고력이 큰 무기가 되는 다양한 진로를 로드맵처럼 보여주며 대화했다. 결국 딸은 깊은 고민 끝에 1학년 말, 상대적으로 인원수가 많아 내신 등급 확보에 유리한 문과를 선택했다. 자신 있는 수학에 몰입해 '상경계열'이라는 목표를 향해 전략적으로 나아가겠다는 아이 나름의 결단이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지만, 자신 있는 과목과 진로적합성과 연결되는 경제 동아리를 만들고 직접 리더를 맡으며 기록을 채워갔다. 그렇게 쌓인 탐구 결과물들이 학생부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속에 구체적인 역량으로 기술되어 있음을 확인한 순간, 나는 비로소 다음 단계로 나아갈 확신을 얻었다.
다음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