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지도 모르게 바쁜 어느 일요일 아침, 나는 TV 앞에 앉아 달래김치 담그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장면을 보자 오늘 저녁 메뉴가 단번에 정해졌다.
마음에 와 닿는 건 바로 해보는 성격이라, 달래를 사러 오일장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휴일이라 날짜를 확인하니 마침 집 근처에서 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운동을 다녀온 남편을 기다렸다가 함께 장을 보러 나섰다.
▲오일장 늘어선 천막천막이 줄지어 늘어선 중앙시장 오일장 풍경.
오일장은 날짜와 일요일이 겹쳐 유난히 붐볐다. 좌판 위에 늘어선 채소들은 이미 봄을 한가득 담고 있었다. 방풍나물, 달래, 오이 등,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돋았다. 온라인 장보기에 익숙한 나로서는 이 시각적 즐거움이 정말 그리웠구나 하고 느꼈다.
달래김치로 시작한 장보기였지만, 욕심이 생겼다. 얼마 전 브런치에서 봤던 배추찜도 해보고 싶고, 상큼한 나박김치도 담그고 싶었다.
실한 알배기 배추를 고르고 계산을 하려는데 가격 6000원이었다. 나는 무심코 5000원권을 내밀었다.
"나도 5000원에 팔고 싶은데, 천 원만 더 줘요."
아주머니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나도 천 원을 얼른 드렸다. 마트 계산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오징어 두 마리도 1만 원에 샀다. 돌아오는 길, 다른 좌판에서 세 마리에 1만2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잠시 아쉬웠지만, 남편이 말했다.
"당신이 산 게 더 큰 거야."
그 말에 괜한 미련이 싹 사라졌다.
▲봄나물들이 기다리는풍경봄동, 취나물, 방풍나물 등 제철 나물이 바닥에 놓여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을 걷다 보면 이것저것 사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생긴다. 하지만 양손으로 들 수 있는 만큼만 사야 한다. 아이들이 집을 떠난 뒤, 남편과 둘이 살아가는 양에 맞춰 소비하는 것도 늘 염두에 둔다.
시장 풍경과 상인들의 활기에서 힘이 나는 것을 느꼈다. 바쁜 하루를 보내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힘듦보다 생기가 먼저 보였다. 손님을 맞는 목소리도 밝았다.
▲오늘의 쇼핑리스트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준비한 제철 채소와 해산물을 정리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장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가벼웠다. TV 속 달래김치로 시작한 하루가, 시장에서의 봄 경험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일주일의 힘도 함께 얻었다.
집에 와서도 문득, 알배기 배추값을 5000원만 낸 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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