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한떨기부부]남편의 공백이 가져다 준 생각

오래 산다는 건, 서로의 약해짐을 지켜주는 일이다

by 은실장

30년이 훌쩍 넘는 결혼기간 동안 나는 몇 번의 병원신세를 졌다.

그럴 때마다 병간호는 남편이 맡았다.

친정엄마는 멀리 사시고 자매가 없어서인지

나의 가장 약한 모습까지도 보이며 보살펴줄 사람은 오로지 남편뿐이었다.


어느 날부터 남편은 혼자 티셔츠를 벗지 못했다. 등 뒤로 손을 뻗는 당연한 동작이 비명이 되는 병. 결국 그는 어깨에 네 개의 구멍을 뚫고 뼈를 깎아내야하는 수술대에 올라야한다.

지금까지 나를 보살폈던 자리에서 이제는 내가 그를 보살펴야하는 입장이 된것이다.

남편은 비록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지만,

결정하기까지는 고민이 많았다

세월의 흐름으로 생길 수 있는 수술이란 말을 듣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더 건강한 삶을 위한 징검돌이라 생각한 것이다.

기계도 오래 쓰면 고쳐 써야 하듯, 남편의 시간도 잠시 수선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입원전 날, 집안청소며 분리수거 이불빨래까지 다 해놓고

나의 퇴근길을 마중했다.

집에 혼자 남을 나를 생각하니 마음이 쓰인다며 말을 건넨다.

병실에서 잘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당부도했다.

간호간병 통합병동이라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도 병으로 입원하는 것이 어설픈 남편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수영을 좋아하는 나와 같이 수영을 하려면

얼른 좋아져야 한다는 너스레로 긴장감을 감춰보는 남편이다.


난 며칠 동안 남편 없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퇴근 후, 맞아주는 이 없는 집에 혼자 들어간다.

혼자 밥을 먹고, 하루의 고단함을 나눌 사람도 없다

남편 없는 빈자리가 쓸쓸해

그러다 벌컥 눈물이 날 수도 있겠다.

결혼생활기간 동안 투닥투닥 부딪히며, 미워했던 세월의 흔적은 이미 저만치 가버렸다


"여보,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아요.

사랑해요."

수술을 마치고 나오면 난 남편 귀에 속삭여 줄 것이다.

오래 같이 산다는 건, 서로의 약해짐을 끝까지 지켜주는 일임을 가슴 깊이 새긴다.



한떨기 부부


달콤과 쌉싸름

서로 다른 둘이만나

깊어지는 당도


당신과 나사이처럼

매거진의 이전글오일장에서 만난 봄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