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의 밖과 안
눈이 온다.
나는 눈이 좋다. 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떤 눈들은 찬찬히 떨어지고, 몸을 흔들고, 하늘로 다시 올라가기도 한다. 낮인데도 조금 어두운 하늘 때문인지, 이불을 덮고 있는 느낌도 든다. 이런 느낌을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닌 듯 캐롤이나 눈에 대한 노래들을 들어보면 경쾌하기도 하고 쓸쓸한 느낌도 있지만 대부분 어딘가 따뜻한 느낌을 준다. 괜히 모닥불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어디까지나 눈이 바깥에 내리고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코끝이 아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에, 눈에 맞은 어깨는 천천히 젖는다. 달라붙은 눈이 천천히 녹으면서 신발도 양말도 젖었다가 얼어가기 시작한다.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앞도 잘 보이지 않고 미끄러운 길을 운전해야 해서 한껏 예민해질 것이다. 바닥에 남은 눈이 녹으면 하루 사이에 검고 질척하게 변하고, 녹지 않은 눈이 얼면 위험하기에 누군가는 염화칼슘을 뿌리고 치워야 한다.
요즘 들어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눈이 아름답고 따뜻할 수 있는 것은 창문 밖에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질척하고 검은 눈과 얼어붙어 미끄러운 빙판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앞으로는 젖은 길을 미끄러지면서 나아가야만 한다는 것. 무엇보다 흐린 이정표 속을 방향도 모른채 걸어야 한다는 것. 그런 생각들이 눈처럼 쌓이고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