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은 어떻게 2026년에 뜨겁게 사랑받게 됐을까?
Review note
영화《왕과 사는 남자》(2026)
감독 장항준
출연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외
많이 춥지요? 따듯한 데로 갑시다.
청령포 기슭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던 소년. 왕이 아닌 아이로서 그의 삶은 어땠을까.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관람했다. 촌평을 내리자면 뻔해서 아쉽고, 뻔해서 볼만했던, 그러나 한 사람의 삶이기 때문에 와닿았던 영화 같다. 지금부터 ‘단종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영화의 개인적 셀링 포인트와 약점을 정리해보겠다.
최근 극장가, 특히 한국영화계에는 크게 흥행한 작품이 없었다.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하더라도 관객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여운을 남긴 작품이 없었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는다. 특히 접근성이 좋은 영화야말로 가장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주제 중 하나다.
왕과 사는 남자는 이러한 갈증을 충족시켰다. 극장에 어르신들 혹은 아이들도 많았다는 후기를 종종 들었다. 나 또한 예상했던 웃음코드를 다른 관객들과 함께 해서 좀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폭력적이지 않고, 선정적이지 않고, 남녀노소가 볼 수 있는 따듯하고 무해한 영화가 오랜만에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공통 정서는 요즘 한국에서 보기 힘든 유대감과 정(情)의 필요성을 대리해 채워주기도 한다.
더해서 작품은 천만영화의 도식을 그대로 따른다. 영화 전체가 직설적인 문법을 띄고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쉽고 재밌게 다가갈 수 있다. 또한 연기 구멍이 없는 캐스팅으로 배우에 대한 애정이 작품 밖으로도 확장이 되며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극중 단종으로 분한 박지훈 배우의 화보를 두고 “단종오빠가 반바지 입은 것 같아서 못 보겠다” 따위의 반응이 공유되는 것이다. 또한 릴스, 쇼츠 등 많은 숏폼에서 명대사를 각자 처지에 맞게 변용하여 연기하는 등 대중의 참여형 문화로써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강원도 영월(실제 단종의 유배지)의 방문과 경제가 폭발적으로 활성화되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영월군은 4월 24일 개최되는 제59회 단종문화제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좋은 사례 중 하나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연출과 캐스팅 측면이다. 마을 주민들과 감정을 쌓아가는 부분에서 ‘모두가 좋은 게 좋은 거지’ 톤의 연출은 작위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또한 ‘빌런’으로 나오는 한명회가 등장할 때 전설의 고향처럼 (이 글을 읽는 어린 연령대 분들은 전설의 고향이 뭔지도 모를 수 있다.) 번개가 치는 장면도 세련됨이 부족한 예시 중 하나이다.
또한 성추문 논란의 오달수 배우를 굳이 캐스팅 했어야 했냐는 의견도 분분하다. 영화가 무해함을 무기로 삼고 있다면, 과정에서도 비슷한 스탠스를 취하면 좋지 않았을까?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듯이. 다른 감초 배우들이 있음에도 관객의 불매 요소가 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한 점이 다소 아쉽다.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 이홍위를 직위가 아닌 사람으로 기리는 영화이다. 시신을 아이처럼 안아주던 엄흥도의 진실된 애정처럼, 우리는 어쩌면 장엄함 이전의 인간된 이야기를 원해왔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