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너스>와 <미드나잇 액터 뮤지션>의 3가지 공통점

뜬금없는 뱀파이어와 독재시대 이야기가 비슷한 이유

by 무형

Review note


영화 《씨너스》(2025) / 감독 라이언 쿠글러 / 출연 마이클 B. 조던 외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 뮤지션》(2026) / 원작 엘친 에펜디예프 / 장보람 외

(*작품 감상 후 읽기를 추천합니다. 스포일러가 일부 있으며 해석을 중점으로 두었습니다.)



안으로 초대를 좀 해주시겠습니까?




오늘은 재미없는 말에 은근슬쩍 도파민을 첨가한 두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사람들은 복잡하거나 내 문제가 아닌 것을 듣기 피곤해한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말하면 오히려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이 점에서 예술의 본질이 드러난다. 바로 창작으로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씨너스와 미드나잇은 이러한 점을 아주 발칙하게 활용했다고 여겨진다!





1. PC함을 슬쩍 포장해 버린 에로티시즘


두 작품은 각각 흑인 노예제(인종차별), 독재정권에 대해 다루고 있다.


씨너스는 인종간 혹은 도의적으로 금기된 사랑을 차용한다. 혹은 상황상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씬도 적지 않다. 이러한 도덕적 딜레마와 섞인 에로티시즘적 연출은 ‘어? 이러면 안 되는데? 근데 섹시하다.’와 같은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일례로 아내 ‘그레이스’가 불에 타며 뱀파이어가 된 남편 ‘보’를 찌르는 실루엣은 명화 같기까지 하다.


미드나잇은 어떨까? 독재정권 하에서 흔들리는 양심을 주연들의 탱고로 표현한다. 감각적인 은유 덕분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도 우아한 섹슈얼 코드를 인지할 수 있다. 조명이 바뀌며 무대가 무도회장처럼 전환되는 순간 관객은 주의를 빼앗기고 만다.


사실 탱고를 추는 씬이 무척 좋았다. 하하하. 남자친구와 같이 봤는데 미대 출신인 그는 진작 알아보고 귓속말로 이렇게 속삭였다. “이래도 되는 거 맞아? (이거 공연해도 되는 거야?)”





2. “초대를 좀 해주시겠습니까?” 초대의 관습을 지켜라


또한 두 작품에는 낯선 존재가 찾아온다. 폐쇄된 공간, 즉 집단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장면이 공통적이다.


씨너스는 정통 뱀파이어물의 규칙을 따른다. 뱀파이어는 초대를 받아야만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유럽의 마물로 유명하다. 영화 <렛미인>의 제목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초대의 관습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으나. 이 글에서는 내부인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외지인을 허락하는 의미로 해석하고자 한다.


미드나잇의 비지터도 유사성을 띤다. 그는 죽어도 부활하고, 눈 깜짝할 새 환영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주인공 부부의 치부를 모두 알고 있다. 나만이 아는 비밀까지 드러내고 사이를 이간질하는데, 이 탓에 비지터는 그들에게 ‘악마’라고 불린다.


그러나 그는 답한다. “나는 무엇일까요? 난 모든 곳에, 모든 시간 속에 존재합니다.” 여기서 그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데. 독재정권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면 비지터는 양심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미드나잇의 주인공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정부의 압박에서 살아남기 위해 친구나 가족을 고발한 바가 있다. 비지터는 바로 그들이 묻어두었던 양심인 거다. 스스로 의식해야만 마음속에 들어오는. 그리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리고 각각의 존재에 의해 ‘집 안’으로 시사되는 바가 파괴되는 것도 비슷하다. 집 안은 씨너스에서 문화의 고유성, 미드나잇에서는 평범한 사람들 간의 결속을 뜻한다. 이것을 뱀파이어로 은유되는 외지인(타문화)이, 비지터로 은유되는 양심이 서서히 파괴한다.





3. 현장에서 들어야만 하는 사운드


씨너스는 블랙 팬서, 오펜하이머의 루드비히 고란손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올해 오스카 음악상까지 수상하며 음악 영화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실제로 극장에서 사운드를 들어야만 이 영화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는 평들도 많다. 그렇다면 미드나잇 액터 뮤지션은 어떤가. 명백한 뮤지컬 공연으로서 현장감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나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는 동시에 무대의 배우로서 연기를 하기도 한다. 아래 포털에서 유명한 모죠 작가의 ‘짤’을 첨부한다. 그들은 정말 뮤지컬 배우답게 북 치고 장구치고 연기를 하시고 노래도 하신다. 우리는 이 진기명기를 살면서 한번쯤은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들은 특정 시대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역사는 반복되고 사람들의 다툼과 위선도 늘 존재해 왔다. 그 안에서도 <씨너스>, <미드나잇>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다. 진심으로 웃으며 삶을 즐기기도 한다. 언뜻 보면 인생과 타인이란 우방과 적국을 오가는 아이러니한 존재이다. 그런 모순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이 두 작품을 비슷하게 또 특별하게 만든다.


둘 중 하나라도 보지 않았다면. 혹은 카테콜아민이 펑펑 터지는 동시에 의미가 있는 작품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얼마 남지 않은 표를 예매하길 추천한다. <씨너스>는 1월 28일 재개봉해 현재까지 상영 중이며, <미드나잇 액터 뮤지션은 3월 15일까지 예스24아트원1관에서 공연 중이다. (참고로 이 글은 어떤 원고료도 받지 않았다! 그저 두 영화와 뮤지컬을 보고 또 본 관객으로서 쓰는 글이다.)



https://youtu.be/S7jo5Cr6WUA?si=R11kiw4OxE3IjQgN&t=51

<씨너스>의 OST - I Lied To You

https://youtu.be/bTePNpzT1HU?si=eg3qae2GUb9vyVBE

미드나잇 액터 뮤지션 - 자유롭게 살아, 2021 공연 실황 (제작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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