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에 선 마음, 내가 걷기로 한 길

성장 기록 이야기를 담습니다.

by 윌레풀la sante


가끔은 누군가의 행동이 내 인생을 아주 묘하게 건드릴 때가 있다.

어떤 설명도 납득도 없이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를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


어떤 사람은 끝까지 침묵으로 남는다.
묻고 싶었던 말들이 있었지만, 묻지 않았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는 마음과,
그 대답이 내 상처를 다시 찌를까봐 두려운 마음이 동시에 있었다.

그 사람은 내 주변 사람들과 스치듯 관계를 만들었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지나갔다.
내가 당황하고, 어쩌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단 한 번 미안하단 말은 없었다.
그게 다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은 나 혼자 짊어지게 만든 채로.

그럴 때면 혼자 상상했다.
"만약에 그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생각했다면, 지금쯤 어떤 반응을 했을까?"

그러고선 내 속으로 한 가지 시험을 던졌다.
‘내 생각이 맞다면, 며칠 안에 저 사람의 프로필 사진이 바뀔 거야.’
그 사람은 정말로 며칠 뒤, 몇 년간 바꾸지 않았던 사진을 바꿨다.

이건 단지 우연이었을까.
혹은 나만의 믿고 싶은 마음이 만든 신호였을까.
이해하려는 마음이 이제는 이해받지 않아도 된다는 자각으로 바뀌고 있다.

나는 이제 안다.
나는 그가 아닌 내가 나를 알아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실천하게 됐다.


이제는 나를 지키는 말을 배우려 한다.


"그만해도 돼."
"그건 나와 상관없어."
"나는 내 감정을 돌보는 사람이야."
이런 문장들이 내 마음의 방패가 되어주는 시기다.

감정을 연기하는 사람,
침묵 속에 책임을 숨기는 사람,
뒤돌아서서 내 감정을 짓밟은 사람.
그런 사람을 위해 더는 나를 소비하지 않기로 했다.


용서하지만 멀어지는 것

가까워질 이유가 없다.

버스는 같이 탔다가도 자기 길을 갈 땐

내려서 헤어지기 마련이니깐.

나는 나에게 잘하고 싶다.
거짓말이 아닌, 맑고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오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이 누구든 간에,
과거의 그림자가 아니라 현재의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나를 놓지 않는다.
놓아야 할 건 타인이 아니라,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나의 헛된 기대라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안다.




나는 왜 이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까.

왜 이 일이 내 일상과 사고의 한 귀퉁이를 붙잡고 있었을까.

이제는 안다.

그 순간이 내 삶의 구조를 조금씩 재배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는 말을 하지 않았고,

행동으로도 어떤 반성의 기미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상황은

그 사람 쪽이 더 많이 얻는 쪽으로 기울어져 보였다.

보인게 아니라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나쁜 사람임을 보면서도

난 내 궁금증을 채우려고 시도했던 것들에 대해

이미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거울을 보며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말처럼

새빨간 걸 얼굴에 바르고 있는 사람

오히려 무슨 상관이 있냐고 자기랑 관련 있냐고 어이없어하며 윽박지르고 방귀 뀐 놈이 성내는 사람

자기가 가진 것들은 내려놓지 못하고 남의 것은 다 내려놓게 만드는 사람

거짓말들만 하면서 사람을 속이고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로 성내는 상황


다시 생각해도 답답한 상황에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였지 싶은 상황이다.


나는 어떤 것도 남기지 못한 채,
그저 관찰자처럼 모든 것을 흘려보내야 했다.

처음엔 어이없었다.
억울하기도 하고 허무했다.
하지만 결국은 직접 묻지 않고, 따지지 않고, 나를 탓하지도 않고, 상대방도 탓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건 내 잘못도, 내 책임도 아니니까.


이 세상엔 비밀스러운 사람들이 있다는 걸

여행을 가면서도 느꼈지만 말이다.


도대체 왜 내게 이러는 걸까 싶으면서도

타인에 대한 포기와 함깨

그냥 내 인생은 내 선택인거지 하며 살기로 했다.

그리고 알게 됐다.
이건 “끝”이 아니라 “전환”이라는 걸.
정리되지 않은 질문에 얽매이기보단,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삶의 기울기를 옮겨야 한다는 걸.

그 사건은 ‘인연’이 아니라 ‘기점’이었다.
내가 바뀌는 시점.
더는 연루되지 않고, 얽히지 않고, 내가 걸어야 할 방향을 선명히 하는 계기.


나는 이제 묻지 않는다.
왜 그랬냐고, 뭐가 진심이었냐고, 앞으로는 어떤 생각을 할 거냐고.
그런 걸 묻기에는 내 삶이 아깝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아주 단순한 결심을 한다.

내가 잘 걷는 사람이 되겠다고.
누구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얄팍한 연결에 기대지 않으며,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도 나를 정돈하는 법을 배워가겠다고.

갈 길이 다르면, 그저 걸어가면 되는 일이다.
말없이 분리되는 길 위에서
서로를 이해시키는 일보다 중요한 건
자기 길을 책임 있게 걷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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