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생? 재수생아니에요?

진미채를 볶으며 생각한 'N수생'과 '서른 살 신입사원'

by 기억하는 나비

오늘 아침 '5-Star Chef'의 선택은 국민 반찬, 진미채 볶음입니다. 딱딱한 오징어 채를 물에 불려 부드럽게 만들고, 팬에 덖어 비린내를 날리는 과정으로 요리를 시작합니다. 고소한 냄새가 주방에 퍼지기 시작할 무렵, 문득 며칠 전 딸아이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빼고 팬에 볶습니다.

처음 아이를 독학재수학원에 등록시킬 때였습니다. 학원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하던 제가 무심코 "재수생 반 등록하려고 하는데요"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딸아이가 전화를 끊고 난 뒤 저를 조용히 정정해 주었습니다.


"엄마, 요즘은 재수생이라고 안 해. 그냥 'N수생'이라고 해."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재수'는 큰일이었고, '삼수'는 드물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겐 두 번, 세 번, 아니 그 이상(N번)의 도전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흔한 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만큼 한 번의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원하는 목표를 위해 몇 년이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야 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뜻이겠지요.


매콤 달콤한 고추장 양념을 끓이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의 직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요즘 신입 사원들은 스펙이 화려합니다. 못하는 게 없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나이를 보면 가슴 한구석이 짠해집니다. 치열한 입시 전쟁(N 수)을 치르고 대학에 가서도, 다시 바늘구멍 같은 취업 문을 뚫기 위해 수년의 '취준생' 기간을 거칩니다. 그래서인지 갓 들어온 막내 사원들의 나이가 서른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양념을 부어서 볶아주세요. 마지막에 깨는 필수입니다.

"참 어렵고 팍팍한 시대를 사는구나..."

2026년, 황금돼지띠 아이들이 겪는 이 유례없는 경쟁은 비단 대학 입시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사회 전체가 아이들에게 '기다림'과 '인내'를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먼저 사회에 자리를 잡은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빨갛게 잘 볶아진 진미채를 도시락 한구석에 꾹꾹 눌러 담습니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달큼한 이 진미채처럼, 우리 딸과 수많은 N수생, 그리고 취준생들이 겪고 있는 이 고단한 시간도 언젠가 '살이 되고 피가 되는' 단단한 근육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묵묵히 가방을 메고 나가는 딸의 뒷모습에 마음속으로 말을 건넵니다.


"너희 때는 어려워서 미안해. 그래도 버티고 이겨내줘서 고마워. 오늘 반찬은 좀 씹어야 할 거야, 너의 끈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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