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시선

멋진 슈트를 입다

by 기억하는 나비

"그때 그 옷은, 내 몸이 아니라 내 마음을 가두던 감옥이었나 보다."


오늘은 중요한 외부 미팅이 있는 날이다. 거래처의 사무실 문을 열기 전, 나는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커리어우먼처럼 멋진 슈트'를 입는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기성복 매장에서는 내 몸에 맞는 세련된 디자인의 옷을 찾는 것이 불가능했으니까. 억지로 몸을 끼워 넣은 무채색의 헐렁한 옷들은 내 전문성까지 헐렁하게 만들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나는 내 몸에 딱 맞는, 짙은 네이비 컬러의 슈트를 입었다. 이 슈트는 단순한 복장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가 갖춘, 가장 날카롭고 믿음직한 '무기'다.


거래처 회의실에 들어서는데, 내 걸음걸이부터 달랐다. 턱을 당기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당당하게 대리석 바닥을 울리며 걸었다.


"안녕하세요, 차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박철 팀장입니다."


이번에 처음 뵙는 거래처의 박철 팀장님이 나를 맞이했다. 명함을 교환하며 마주친 그의 눈빛. 그것은 예전에 사람들이 날 처음 봤을 때의 그 당혹스럽거나, 미묘하게 무시하는 듯했던 시선과는 전혀 달랐다. 그의 눈에는 나에 대한 호기심과, 유능한 파트너를 대하는 존중이 담겨 있었다.


회의가 시작되자, 나의 목소리도 예전과는 다른 톤으로 울려 퍼졌다. 더 이상 위축되지도, 더듬거리지도 않았다. 나는 내 의견을 명확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전달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것을.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은 이 잔인한 부분을 피해 갈 수가 없다. 내가 입은 잘 어우러진 복장은 내 전문성을 시각적으로 증명해 주었고, 상대방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변화가 단순히 내가 날씬해져서, 예쁜 옷을 입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걸.


일전에 참여했던 러닝동호회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결국은 내 안의 자신감이 가장 문제였다. 뚱뚱했던 수연은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생각했고, 그 마음이 내 표정과, 내 걸음걸이와, 내 목소리를 모두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약물 치료를 통해 질병을 극복하고, 달리기를 통해 내 몸의 주도권을 되찾으면서, 나는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당당함'이라는 거인을 깨웠다.


이금희 아나운서나 이호선 상담가를 봐라. 그들이 단순히 외모가 출중해서 당당한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쌓아온 실력과,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단단한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기에, 그 어떤 시선 앞에서도 꼿꼿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제야 그들이 뿜어내는 '당당함'의 진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회의는 순조롭게 끝났다. 박 팀장님은 미팅이 끝난 후 나에게 "오늘 말씀하신 부분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다음 회의도 기대되네요." 라며 진심 어린 칭찬을 건넸다.


나를 향해 쏟아지는 달라진 시선들. 가슴이 뛴다! 그것은 내가 이 도시에서, 그리고 내 인생에서, 비로소 나의 진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가장 찬란한 증거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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