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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E HERI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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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Kim Nov 25. 2021

THE HERITAGE 클래식 예찬

: 느림의 미학


Heritage

자연, 사회, 문화 등등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인류의 유산(遺産)



2019년 전세계를 강타한 COVID-19 사태 이후,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과거에는 나름 트렌드에 민감하고 반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류의 사람이라 자부했지만, 시대가 흘러가는 속도가 빨라서일까 아니면 내가 그만큼 나이를 먹어서일까? 이제 하루 하루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세상의 흐름을 억지로 쫒아가기 보다 조금은 느긋하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쪽을 선호하게 된다.


한박자 늦으면 어때? 이제 헉헉 거리며 억지로 시대의 변화를 그저 쫒기만 하는 일은 접어두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 '이제 나이를 먹어서..' 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데..





시대는 빠르게 변하지만 반대급부로 옛것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는 아이러니하다. 자연스럽게 시대에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한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오히려 옛것의 불편함, 번거로움, 촌스러움을 - 속으로는 그리워 하면서도 - 기피한다.


하지만 반대로 요즘 젊은 세대들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버린 시대를 놓쳐버린 것에 대한 동경 때문일까? 불편하고 번거로우며 촌스러운 것을 선망한다. 초고화소 스마트폰 카메라로 순식간에 멋진 사진을 촬영하고 편리하게 감상하고 SNS 에 업로드 할 수 있는 시대를 살면서도 필름과 필름 카메라의 인기가 뜨거워 지고 있으며(실제 필름 현상소를 찾는 연령대는 4060 세대가 아닌 1030 세대인 경우가 많다고 함), 전기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비롯한 '퍼스널 모빌리티(PM)' 들이 고도화 되고 있음에도 연료를 주입하여 '두두두두' 소리를 내며 달리는 오토바이를 찾는 수요도 여전히 끊이질 않는다.


다양하고 화려한 서비스의 미용실도 많지만, 여전히 바버샵을 찾는 이들이 있고, 바버샵 조차도 최근에는 굉장히 현대적으로 재해석 되며 '뉴트로(NEW + RETRO)' 시대의 핫한 아이콘으로 급부상 하고 있다.  폐차 직전에 놓여 있는 노후된 자동차를 리스토어 하여 클래식한 감성으로 운전하는 이들은 또 어떻고...








과연 폐차를 앞두었던 노후된 차량이 슈퍼카들처럼 빠르게 달리거나, 기름 냄새만 맡아도 달린다는 연비가 좋은 다양한 기술력의  집약체인 자동차들처럼 경제적이고 효율적일까? 절대 아니다.(그걸 바라고 올드카를 타는 이들이 과연 세상에 있을까?) 굉장히 느리고, 자주 고장나기 때문에 직접 수리를 해야 할 때도  있으며, 연비는 말할것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자동차들을 선호하는 수요는.. 과거에도 존재 했고 현재에도 존재하며 미래에도 여전할  것이라고 생각 된다. 이러한 자동차를 원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심리는 무엇일까?



까짓거 조금 느리면 어때. 대신 쿨 하잖아!





세월이 흘러가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여 필름을 구매하고 장전하여 한컷 한컷 수동으로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조작하고 초점까지 맞춰가며 촬영하던 방식의 카메라는 빠르고 편리한 DSLR 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사실상 시장에서 퇴장한지 오래 이고, DSLR 조차도 더 작고 가볍고 편리한 미러리스 카메라에게 왕좌를 비켜 주었으며, 이제는 스마트폰 카메라 시장이 미러리스 까지 밀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했다고 생각했었던 필름 카메라들은 오히려 '아날로그적 향수' 를 자극하며, DSLR 과 미러리스 카메라는 비빌 수 없는 '감성' 으로 자신들의 고유 영역을 지켜나가고 있다. 아니 확장 하고 있다.


필름의 가격은 무서운줄 모르고 치솟고 있으며, 단종 되었던 필름들도 하나둘 다시 생산 되는 경우도 있다. 조용히 사라졌던 현상소들도 다시 문을 열고, 직접 현상을 시도하는 이들도 더러 존재한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정말 불편하다. 화면을 한번만 터치해도 촬영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달리 - 어느정도 AUTO 기능이 있는 카메라도 있겠지만 - 필름카메라는 셔터를 감는것도, 조리개를 조였다 푸는 것도, 셔터 스피드를 적당하게 맞추는 것도, 초점을 잡는 것도 느리다. 촬영한 사진을 그때 그때 볼수 없고, 현상을 맡기고 인화를 하거나 스캔을 해서 받아 보는 것도 오래 걸린다. 그야말로 정말 느려 터진! 셈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요즘 세상은 정말 빠르다. 빠른게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고, 빠르지 않다면 시대에 뒤쳐졌다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속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클래식한 것들을 추구하며, 때로는 느리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아마 어쩌면 이러한 이들의 수는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너무 빠르기만 하면 재미 없으니까. 최근에는 이런 살짝 느리고 올드하면서도 세련된 갬성 감성을 적절하게 추구하는 이들을 두고 '힙하다.' 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동경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저 빠르게 빠르게만 생각하며 도로를 달리면 목적지 까지는 금방 도착할지 모르겠지만 도로를 달리면서 즐길 수 있는 주변의 풍경들을 감상할 기회는 놓치게 마련이다. 빠른것들과 최신 제품, 최신 기술들이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반대 영역에 있는 것들, 조금은 느리고 오래되고 구식인것들, 촌스럽고 불편한 것들 역시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란 것이 여전히 남아 있고, 그로 하여금 어쩌면 우리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속에서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게 되며,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즐거움을 발견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Heritage



앞으로 클래식한 세상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귀기울여 보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고 싶다. 때로는 물건이 될수도 있고, 장소가 될 수도 있으며, 행위가 될 수도 있겠다.


세상에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들은.. 의외로 별로 없다. 시대에 따라 그 가치를 해석하는 기준들이 조금 다를 뿐이다. 세상을 비롯하여 지금 내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은 색다르고 재미 있게, 약간은 느긋하고 여유있게 바라보는 기준을 함께 소통하며 만들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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