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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E HERI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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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Kim Nov 26. 2021

나는 여전히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THE HERITAGE : 필름 카메라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항상 두가지 반응이 공존 한다. 첫째는 '너무 감성 적이고 멋지다.' 라는 나름 우쭐해지게 만드는 반응. 그리고 둘째는 '보기만 해도 불편하고 번거롭다. 이걸 왜 쓰냐?' 라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사실 그렇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번거롭고 불편하고 귀찮을 수 있다. 이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 조차도 번거롭고 불편한 일이 되어 버렸는데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은 오죽할까?





맞는말이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디지털 카메라, 아니 스마트폰 카메라의 사진 촬영 프로세스랑 비교하면 그야말로 '세대 차이' 라는 문자로 표현하는 것 이상의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 그럼 먼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프로세스를 풀어 해쳐보자. 우연히 사진을 찍고 싶은 대상이나 배경 등을 발견했다. 주머니속 혹은 마침 내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들고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을 실행 시킨다. 내가 촬영하고자 하는 목표를 화면에 두고 스마트폰 화면 속의 셔터 버튼(보통은 동그랗게 생긴)을 가볍게 Touch. 끝.  방금 촬영한 사진은 그 즉시 내 스마트폰의 메모리에 저장되고, 내가 원하면 언제든 앨범에서 꺼내 볼 수 있으며, 맘에 들지 않는다면 바로바로 지워 버릴 수 있다.





필름 카메라는 어떨까? 음.. 일단 시작부터 굉장히 복잡하다. 우선 준비 단계 부터 이야기 해야할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내게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목에 걸고 있거나 어깨에 매고 있거나 가방에 들어있을 것)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필름' 이 카메라에 들어있어야 하고, 필름은 촬영 가능한 컷수가 남아 있어야 한다.(보통 필름 1롤에는 36컷을 촬영할 수 있는 저장공간?이 존재 한다.)


우연히 길을 걷다 내가 사진으로 담고 싶은 주제를 발견했다. 자, 이제 사진을 찍어보자. 먼저 셔터 레버를 당겨 필름을 장전 한다. 작은 뷰파인더를 통해 목표물을 들여다본다. 내가 원하는 심도 표현을 위해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적당한 수준으로 맞춘다. 노출계를 통해 빛이 아주 적절하다는 사인을 확인 한다. 이제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러준다.


모든 액션을 취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숙련된 노하우를 가진 이들에게는 매우 쉽고 빠르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프로세스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영원한 시간 만큼이나 길고 복잡한 작업일 수 있다. 대상은 또 왜이리 움직이는 것인지... 기껏 초점을 맞추면 거리가 바뀌고 또 다시 초점을 마주처야 하고... 모든 세팅을 마쳤는데 아차! 셔터 레버로 필름을 감는 것을 깜빡 했네?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이게 과연 끝일까? 지금 내가 사진을 잘 찍은것인지 초점은 맞았을지 빛은 적당했을지.. 눈은 안감았는지 흔들리진 않았을지.. 그 모든것을 지금 바로 확인 할 수 없다. 36컷의 사진을 모두 촬영하고 난 다음, 이제 주변에 얼마 있지도 않은 현상소를 찾아가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를 해서 사진을 찾거나 스캔본을 메일로 받아봐야만 비로소 내가 찍은 사진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얼마나 복잡하고 고된 작업이란 말인가. 왜 나는 나 스스로 하여금 고통을 받고 있는가....





그런데. 이런게 또 필름 카메라의 맛이다. 지금은 그냥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면 내 앞에 화면이 스마트폰에 그대로 쏘옥 하고 들어와 저장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지만, 과거에는 과거에는 위와 같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사진을 찍고 사진을 감상 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다.(그 이전에는 더 복잡했을 것이고)


사진을 촬영하는 기술은 분명 보다 편리해졌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놓치지 않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기술과 쉽고 빠르게 사진을 저장하고 감상하고 필요에 의해 지우고 다시 촬영하는 등 지금 보다 과연 더 편리한 발전이 있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들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사진을 찍는 근본적인 방법과 원리를 비롯하여, 한장 한장 숨죽이고 공들여 순간을 저장하는 묘미, 주변과 대상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 보는 시간과 정성, 지금 내가 담아낸 사진이 과연 어떤 결과물로 표현될 것인지 기대하게 만드는 기다림의 미학 까지.. 어쩌면 지금 우리가 편리한 기술로 인해 놓치고 있는 것들도 있는 것이 아닐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만약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한다면 지금 바로 이 순간 맘에 들지 않는 요소가 있었다면, 적당한 선에서 다시 포즈를 취하고 표정을 달리하고 위치를 수정하는 등 얼마든지 RESET 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는 RESET 이 없는 것 처럼 필름 카메라는 RESET 이 없다. 촬영하는 그 순간 눈을 감았던, 대상이 갑자기 움직였던, 그늘이 생겼던지간에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 그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은 결정되고 되돌릴 수 없다. 그저 시간이 흐른 뒤 그 순간을 마주하는 기다림, 걱정과 기대만이 존재할 뿐.



어떻게 보면 이러한 필름 카메라의 구조와 방식이 우리 삶,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더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있는 그대로, 찍은 그대로의 순간과 시간,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연습을 하게 해주는 것이 필름 카메라가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빛이 우연처럼 새어들어왔거나, 조금 흔들렸으면 어떻고, 초점이 나갔으면 어떻고, 눈을 감았거나 표정이 이상하면 어떠한가. 그냥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리고 내가 촬영하고자 했던 마음이 들었던 것, 그 순간 자체가 이미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데... 너무 완벽한 스마트폰 사진 보다 조금은 불완전하지만 자연스러운 필름 사진이 때로는 더 아름다워 보일때가 있게 마련이다.





그 밖에도 필름 사진 자체가 주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자글자글한 사진 속 거친 입자 표현(그레인)을 비롯하여, 각각의 필름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감 등 필름 사진이 주는 감성은 분명 디지털로 비슷하게 표현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최근에는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촬영 후 보정을 통해 필름 사진 느낌을 연출하는 기술도 매우 발전했지만, 그것 조차도 결국 우리가 그만큼 필름 카메라와 필름 사진에 대한 '동경' 하는 마음을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보정 기술이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필름 카메라에 필름을 정성스럽게 넣고 감아서 한컷 한컷 숨죽여 대상에 집중하며 카메라를 조작하여 촬영하는 '맛' 자체를 재현해내기는 쉽지 않다.


카메라와 렌즈 기술은 점점 발전하여, 우리가 흔히 말하는 '눈보다 좋은 렌즈는 없다.' 라는 말이 옛말이 되어버리게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설령 카메라 렌즈가 우리 눈과 맞닿아 정말 눈을 깜빡이는 순간 우리의 머리속에 방금 본 장면이 저장되는 SF 적인 세상이 오게 될지라도, 아마 어느 한곳에서는 여전히 필름을 넣고 셔터를  레버를 당기고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를 조작하며 한컷 한컷 숨죽여 촬영하는 이들이 존재하지않을까 싶다. 아마 그 무리들 중에 나도 포함 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필름 카메라에 입문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최근 #뉴트로 열풍과 #갬성을 찾는 많은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급증하며 필름의 인기가 그야말로 '역주행'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다. 덕분에 다시 현상 기계를 켜기 시작한 곳들도 생겨났고, 다양한 필름 사진과 카메라 관련 공간과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덕분에 필름 값이 매우 솟아 오르고 있다.


(물론 기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일반적으로 몇몇 브랜드의 카메라 모델을 제외하면 현재 필름 카메라는 대부분 단종 되었고, 특별히 인기 있는 기종들을 빼면 의외로 필름 카메라 바디 자체는 저렴하고 상태가 괜찮은 카메라들이 제법 존재 한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빠지기 쉬운 생각의 오류 하나 꼽으라면 바로 '필름 카메라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 이다.' 라는 것이다. 절대 네버! 그렇지 않다. 


바디와 기본적인 렌즈 + 메모리카드만 있으면 부수적인 유지비가 들지 않는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필름 카메라는 바디와 렌즈는 저렴할 지언정 최대 36컷 정도 촬영 가능한 필름이 보통 1만원 이쪽 저쪽이고, 현상과 인화 비용을 비롯하여,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이러한 작업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교통비 등까지 고려하면.. 얼마나 부지런히 사진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금새 필름 카메라를 즐기는 값이 어느정도 쓸만한 최신 DSLR & 미러리스 카메라 값을 뛰어 넘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사진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느림의 미학' 을 즐기고, 클래식하며 아날로그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한번쯤 필름 카메라를 다뤄보는 것을 적극 추천 하고 싶다.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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