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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Kim Nov 29. 2021

사이클시크(Cycle chic) 클래식한 자전거 라이프

THE HERITAGE : 자전거






덴마크의 도시 설계 전문가이자 포토그래퍼인 미카엘 콜빌레 안데르센 이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사이클 시크(Cycle Chic)' 라는 개념은 자전거가 얼마나 클래식하고 멋진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개념이기도 하다.


사이클 시크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의미를 지닌 개념은 아니다. 그저 자전거를 자전거 답게 멋스럽고 실용적이게 타는 것. 그저 빠른 속도로 목직지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자전거가 아니라, 조금은 느리지만 안전하고 편리하게 자전거를 일상에 어울리게 활용하는 것. 어찌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는 것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copenhagencyclechic



@copenhagencyclechic



사실 어찌보면 제일 자전거를 자전거 답게 타는 것이 '사이클 시크' 와 근접한 느낌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최초 자전거가 발명되었을때는 지금 처럼 자전거가 세분화 되어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속도와 기능성을 살리기 위해 굳이 타이트한 옷과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한 장비들은 사용하는 일도 없었을테니, 사이클 시크 = 클래식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된다.


일상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자전거를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사실 복장 자체도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청바지에 코트나 잠바를 입고 크로스백이나 백팩을 매고 출근을 하는 사람들, 치마를 입고 멋스러운 모자를 쓰고 리어렉이나 앞바구니에 바게트 빵이나 짐을 담아 이동하는 사람들. 정장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생각만 해도 클래식 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마구 떠오르지 않는가?




@copenhagencyclechic



처음 '사이클 시크' 개념을 만든 미카엘 콜빌레 안데르센은 환경 친화적이기로 유명하고, 특히 자전거의 도시 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코펜하겐에서 자전거를 일상적이고도 클래시컬하게 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블로그에 지금까지도 피드를 올리고 있다.


코펜하겐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자전거는 첨단 기술이 집약된 로드, MTB, 그래블 자전거 보다 과거 부터 지금까지도 자전거의 프레임 소재로 가장 많이 쓰이는 쇳덩이(혹은  '크로몰리' 재질)의 투박하면서도 심플한 자전거들이 더 눈에 많이 띄는 것 같다. 화려한 프레임, 데칼의 자전거 보다, 집안 대대로 물려 온 자전거인 것 처럼 녹이 슬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며, 마치 운전자의 스타일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최대한 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라이더에게 녹아든? 그런 자전거들이 더 많아 보인다.


또한, 복장이 일상적이면서도 패셔너블하고 드라이버의 스타일을 대변한다는 점, 화려하고 쫀쫀한(?) 사이클 복장이 아닌 것 외에도 코펜하겐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특별한점은 아무래도 '헬멧' 을 많이들 착용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 일 것 같은데, 그들은 생활속에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는 문화가 잘 마련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속도 보다는 안전하고 편안하게 자전거를 타는 것을 중시하며, 자동차를 비롯한 다른 이동수단을 활용하는 이들도 자전거의 안전을 많이 고려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굳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다!' 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어느정도 안전을 생각한다면 헬멧 착용은 되도록이면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전체적인 시민 의식 자체가 자전거를 통해 환경을 한번 더 생각하고, 일상 속에서 안전하게 편리함을 추구할 수 있는 문화 자체는 굉장히 부러운 문화가 아닐 수 없는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사이클 시크, 덴마크의 친환경 자전거 도시 코펜하겐과 국내 분위기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느껴진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사태 이후 자전거가 개인 이동수단으로 이전 보다 더 사랑 받게 되었고, 공유 자전거 서비스라던지 전기 자전거 등도 보급되며 복잡한 시내에서 자전거를 보는 일은 이제 심심치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자전거에 대한 인식을 비롯하여 자전거를 타는 운전자 입장에서도 여러가지 개선되고 자리잡혀져야 할 본받을 문화들이 아직 많다. 물론 어떠한 문화 자체를 무조건 적으로 따른다고 해서 될일은 아니고, 국내 현지에 맞게 어느정도 타협할 것은 타협하면서 따를 수 있는 것들은 따르는 '적절함' 은 분명 필요할 것이다.






자전거는 세상에 많은 이동수단 중에서도 가장 클래식에 가까운 이동수단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자전거는 단순히 어딘가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목적으로만 생각하기 보다도, 누군가에게는 여행과 출근길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패션 아이템으로서 가치를 지니는 등 '다양성' 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술력이 발달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가볍고, 더 빠르고, 어떠한 길도 갈 수 있고.. 그저 '달리는 것' 에만 초점을 맞춘 자전거들을 접하게 되는 일이 더 많아지고, 그러한 자전거들만이 오로지 인정을 받는 것이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또한, 전문 사이클 선수가 아님에도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뭔가 엄청난 기능성을 자랑하는 복장과 용품, 장비들을 착용해야만 라이더로서 인정 받을 수 있는? 남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다소 보여주기식인 의식들도 은근하면서도 깊게 자리잡고 있는 점 역시 나름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자전거를 어떤 복장으로 타야한다는 규범은 아직 어디에도 없다. 안전성을 고려하고, 기본적인 교통 법규를 준수하며, 편안하게 자전거를 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클래식한 이동수단 자전거를 자전거 답게 타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자전거를 이동시키는데 필요한 동력은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그저 나의 두 다리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남들보다 빠르고 화려하게! 도 좋지만, 가끔은 보다 자연스럽고 편리한 복장으로, 조금은 여유있고 느긋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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