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RITAGE : 수집가
스탠딩 에그(Standing Egg)의 곡 중 '시간이 달라서' 라는 곡을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구절들만 나열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그때는 몰랐어 그때가 아니면 소용 없다는걸.
그때는 네가 날 기다렸고, 이제는 내가 널 기다리고, 시간이 달라서 만날 수 없어.
그때 그 거리엔 네가 있어. 지금 이 거리엔 내가 있어. 서로가 멀리서 말하고 있어.
시간이 달라서 만날 수 없어.
사랑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왜 항상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항상 품절 되었거나, 단종 되었거나, 여튼 구하기 어려운 것들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고 해외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구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법과 제도가 달라서 활용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하여간 언제나 열에 아홉,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 마음이 끌리는 것들은, 내가 그것을 원하는 그 순간에 가질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상에 구하기 어려운 유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두가지만 예로 들어보면, 갓 출시된 뜨끈뜨근한 신상품, 특별 한정판을 비롯한 일단 '새로운 것' 들 중에도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겠고, 다른 한가지는 반대로 너무 오래되서, 이제 더는 출시 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 더는 존재하지 않아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후자 쪽의 '구하기 어려움' 에 훨씬 마음이 동 하는 편이다. 그래! 어디 한번 내가 구해 보겠어. 라고 야심차게 도전해서 결국에는 구하는 경우도 있고 깊은 좌절감을 맛보는 경우도 있고... 결국 원하는 것을 구했던 구하지 못했던, 그것을 쫒았던 시간과 과정 마저도 모두 내 마음에 깊이 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존재 했던 시간이 달라서, 내가 그것을 좋아하게 된 시간이 달라서 쉽게 구하지 못하는 것들... 왜 이토록 때묻고, 이제 남들이 찾지 않는 그런 것들에 끌리게 되는 걸까.
TOYOTA 브랜드는 여전히 많은 자동차들을 출시 하고 있다. 그 중에 위에 보이는 자동차의 최신 버전도 여전히 출시되어 판매 되고 있다. 위에 보이는 자동차의 이름은 '랜드 크루저'. 세계적으로 엄청난 히트를 친 SUV 자동차이다.(지금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고, 딱히 내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랜드 크루저는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구하기 상당히 어려운 차종이기도하고, 심지어 위에 보이는 연식의 모델은 랜드크루저 모델은 1980년 부터 1990년까지 10년 정도 생산된 모델로 동시대에 만들어진 차량들이 대부분 폐차된 경우가 많을텐데, 여전히 클래식 오프로더로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워낙 내구성 좋기로 소문난 차량이기도해서 일본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는데,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까지도 랜드 크루저 차종들은 국내에 잘 수입이 되지 않아서 정말 아직까지 국내에서 단 한번도 마주쳐보지 못한 차량이기도 하다.(해외 여행을 가면 간혹 만날 수 있는 것도 같다)
그래서일까? 정말 구할 수 없는 차량이지만 언젠가 한번은 꼭 구해보고 싶은, 아니 한번이라도 마주하고 운전석에 앉아보고 싶은 로망을 심어준 자동차이기도 하다. 때로는 내 손에 쥐어지지 않더라도 그것에 빠지게 되고, 그것을 구하기 위해 수소만하고 알아보는 시간 조차도 즐겁다고 느껴질때가 있는데, 랜드 크루저는 그런 존재이다.
소니의 엄청난 AF 성능을 자랑하는 카메라가 좋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수동으로 포커스를 조작하여 사진을 찍는 재미가 더 좋아서 수동 필름 카메라를 선호한다. 다양한 최신 편의 장치가 장착된 자동차들이 좋다는 것 역시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이미 단종된 클래식한 자동차를 좋아한다. 스마트폰에서 쉽게 재생할 수 있는 디지털 음반도 좋지만 왠지 모르게 우연히 지나가다 마주치는 턴테이블과 LP 판들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카메라나 자동차, 절판된 도서나 DVD, LP판들 중 갖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일단 그 자체로 즐겁다. 그것을 구하게 될지 결국 구하지 못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것들을 좋아하고 찾아나서는 여정 자체가 새로운 삶의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굳이 이런 철 지나고 오래된, 지금과 다른 시간에 만들어진 것들을 쫒고, 즐기는 내 자신이 불편할 때도 있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