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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Kim Dec 02. 2021

평생 함께 하고 싶은 필름 카메라, 니콘 FM2

THE HERITAGE : Nikon FM2






지금까지 몇몇 카메라를 다뤄 봤고, 현재도 DSLR / 미러리스 카메라 / 하이엔드 똑딱이 카메라 / P&S 자동 필름 카메라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특히 애착이 가고, 평생 동안 사용하며 언젠가 아들 딸 에게 물려주고 싶은 카메라를 꼽으라면 니콘의 필름 카메라 FM2 를 꼽고 싶다.





니콘은 최근 FM2 의 디자인을 오마쥬한 ZFC 를 출시하며 한동안 주춤했던 카메라 시장에서 본인들이 아직 살아있음을 어느정도 증명했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감성을 찾는 이들이 많은 요즘, 니콘의 베스트 셀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FM2 느낌의 카메라라니... 디자인은 감성적이지만 디지털이다?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분들 서부터 필름 카메라 시절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이들 까지 모두의 마음을 사로 잡기 충분해 보였다.

소니나 캐논 등에 비해 확실히 설 자리를 많이 잃었다 싶었던 니콘이었지만 뉴트로 감성을 추구하는 세대들의 마음을 제대로 후벼파며 나름 니콘이 재기 할 수 있게 만들었던 FM2 의 감성. FM2 는 도대체 얼마나 매력적인 카메라 였길래 지금껏 인기를 끌고 있고, 나는 왜 FM2 를 쓰고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당시 FM2 는 니콘의 필름 카메라 라인업 중 '플래그쉽' 에 속하기 보다는 '보급' 느낌이 조금 나는 위치의 카메라 였다. 하지만 여전히 FM2 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써봐야 하는 카메라로 인정받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들중 일부는 내가 니콘 FM2 를 쓰고 있는 이유 이기도 하다.


일단 니콘 FM2 의 가장 큰 특징은 '완전 수동 카메라' 라는 점이다. '필름 카메라는 다 수동 아냐?'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지만, 필름 카메라도 나름 자동 기능을 가지고 있는 카메라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조리개 우선 모드인 A 모드를 탑재한 카메라들 또는 조리개 + 셔터스피드 까지 모두 자동으로 설정되며 초점만 맞춰주면 되는 P 모드가 탑재된 카메라도 입문용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FM2 는 이러한 모드들이 없고 모든 것을 수동으로 조작하고 촬영해야 하는 카메라이다. 그게 왜 좋냐고?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카메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조리개나 셔터스피드, 노출과 심도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있어서 완전 수동 카메라인 FM2 는 살아있는(?) 학습자료인 셈이다. 그리고 최소한의 전자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노출도 체크) 건전지를 한번 넣으면 정말 오래 오래 쓸 수 있고, 환경적 악조건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는 몇안되는 카메라가 바로 니콘 FM2 일 것이다. 왜냐? 너무 추운 환경 속에서 베터리가 방전이 되더라도 노출계만 작동하지 않을 뿐이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까!


근데 그래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니콘 FM2 를 쓰느냐구? 사실.. 솔직히 말하면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저 완전수동 카메라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FM2 를 쓴다는 것 만으로도 왠지 간지난다 멋지다.. 라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클래식 그 자체이기도한 FM2 를 목에 걸고 다니는것 만으로도 괜시리 뿌듯해지는 마음..? 음 혼자만의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왠지 어깨를 한번 으쓱해보고 싶은 그런 맛을 주는게 FM2 다. 비록.. 완전 수동 조작이 익숙치 않다면 몇몇 중요한 순간을 놓칠 수도 있겠지만... 좀 흔들리고 노출이 엉망이면 어떠한가. 필름 사진은 그게 또 맛이거늘.




니콘 FM2 는 두가지 컬러로 출시 되었는데 가장 인기 있는 컬러는 아무래도 '실버' 이다. 특히 FM2 실버 바디는 대부분의 카메라 하면 연상되는 디자인, 아이콘의 모델이 되는 카메라라 할 정도로 상징적이다. 클래식한 필름카메라, 아니 클래식한 SLR 카메라 = 니콘 FM2 라는 공식을 머리속에 넣고 계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블랙 바디를 사용하고 있다. 원래 블랙 컬러를 좋아하기도 하고, 실버는 왠지 처음에는 너무 이쁜데 시간이 지나면 살짝 질리게 되는? 개인적인 그런 취향 가지고 있기도 한데.. 블랙 컬러 FM2 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살며시 보여지는 '황동' 때문이었다.


니콘 FM2 는 망치가 없을때 망치 대용으로 못을 박아도 될 정도로 튼튼하다는 설이 있다.(부디 FM2 로 못을 밖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제발 가까운 다X소에서 망치를 하나 사오도록 하자) 그리고 이녀석은 묵직하다. 살짝 무거운 감이 없지 않아 있는 FM2 의 블랙 바디는 황동 재질에 블랙 페인트로 마감이 된 카메라이다. 사실 언젠가 꼭 갖고 싶은 카메라 중 '라이카(Leica)' 의 필름 카메라 중 블랙 페인트 모델들을 리스트로 삼고 있는데, 이 블랙페인트 바디 카메라들은 카메라를 사용하는 주인이 카메라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서서히 자주 쓰는 부위의 검정색 페인트가 자연스럽게 벗겨지며 은은하게 황동을 비춰주는? 그런 멋을 가지고 있다.(실버 바디는 이렇게 벗겨지지 않는다.)


황동이 많이 보여지는 카메라는 그만큼 주인이 이 카메라를 많이 사용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에 기피하는 이들도 많고, 잘 벗겨지지 않게 사용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나같은 경우는 어차피 이 카메라를 평생 사용할 것을 목표로 했다보니, 오히려 칠이 사용하면 할수록 이쁘게 벗겨지길 바라며 마음껏 사용해주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FM2 는 비교적 최신 시리얼 넘버를 가지고 있는 FM2N 모델 이고(셔터막 형태를 비롯해 몇가지 개선된 점이 있는 후기 모델) 검정색 칠이 거의 벗겨지진 부위가 거의 없이 전 주인의 손때가 덜 묻은 상태 좋은 녀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필름 리와인더 부위를 비롯해서 내 손이 많이 닿고, 스트랩이 많이 닫는 부위들 부터 서서히 검정색이 벗겨지며 황동이 보여지고 있다.(사진 속 카메라는 참고용 이미지)


아마 이 카메라를 판매하게 된다면, 칠이 이렇게 벗겨진 카메라를 보고 '아 거칠게 사용 되었구나' '아 그만큼 많이 사용된 카메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난 이 카메라를 판매할 생각이 없고, 오히려 연식이 오래될 수 밖에 없는 필름 카메라는 어느정도 사용감이 있는 카메라들이 훨씬 상태가 좋은 것들이 많다는 점은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대부분 브랜드에서 이미 필름 카메라들이 단종된지 오래인데, 몇십년전에 제작되어 지금껏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카메라? 그 어느것도 게런티 할 수 없는게 바로 이런 카메라들일 수 있다.








그리고 몇가지 내가 FM2 를 선호하는 이유를 꼽자면, 앞서 언급했던 DF 의 존재를 그중 하나로 예를 들 수 있는데, 위에 보이는 DF 는 니콘의 DSLR  중에서도 ZFC 등장 이전, FM2 를 오마쥬한 레트로한 감성이 입혀진 아주 특별한 녀석 이었다.


특히  DF 는 디지털 카메라 이지만 별도의 어댑터 없이 니콘이 지금까지 출시한 F 마운트 렌즈군의 모든 렌즈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어마무시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카메라인데, 덕분에 아주 오래된 구형 of 구형 수동 렌즈 부터 최근에 출시된 렌즈들 까지 거의 현존하는 니콘의 모든 F 마운트 렌즈를 물릴 수 있기 때문에, FM2 에서 활용하는 렌즈를 같이 공유하면서 사용하기 너무 좋을 수 밖에 없었다.(내가 ZFC 를 구매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도 바로 이 마운트 때문이었는데, ZFC 는 Z 마운트 렌즈를 써야 하기 때문에 기존 카메라나 렌즈랑 호환되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FM2 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들 중 하나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뉴욕의 전설적인 사진 작가 '빌 커닝햄' 작가분도 FM2 를 즐겨 사용했었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뉴욕 타임즈를 통해 뉴욕의 거리, 패션 사진을 올렸던 빌 커닝햄 작가님의 손에 들려있던 FM2 를 자주 봐서 였을까?언젠가 부터 나도 필름 카메라를 쓰게 된다면 꼭 FM2 를 사용해 보리라~ 라는 생각을 가져봤고, 지금은 그 목표를 어느정도 이룬 셈인것 같다.


니콘 FM2 는 분명 친절한 카메라는 아니다. 하지만 편하게 사진을 찍고자 한다면 스마트폰 카메라 만큼 좋은 것도 없다. 그게 아니고 필름 카메라의 맛을 정말 느껴보고 싶고, FM2 가 가진 클래식한 감성에 한번 빠져보고 싶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도전해보자!


완전 수동이라는 것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 P 모드가 달려있는 카메라로 필름 카메라를 입문 했었는데, P 모드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가장 많이 쓰던 모드는 결국 A 모드 였고, 완전 수동 모드는 거기서 한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FM2 의 가격은 현재도 계속 서서히 상승 중 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이 0% 이기 때문에 현존하는 FM2의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 FM2 는 지금이 가장 싸다. 아마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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