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한 필름 카메라 감성의 디지털 카메라 2종
THE HERITAGE : Classic Camera
필름카메라의 인기가 뜨겁다. 실제 필름 카메라가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의 인기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때 당시에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선택지가 필름 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필름과 디지털이 공존하는 시대 임에도 불구하고 필름 카메라의 인기는 어지간한 대중가요 역주행 신화 뺨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심지어 디지털카메라 디자인 조차도 필름 카메라 감성의 디자인으로 출시되며 디지털 카메라를 쓰면서 마치 '나는 필름 카메라를 즐겨' 라는 느낌을 어느정도 맛볼수 있게 해주는데 개발사들이 신경을 쓰고 있을 정도인데, 사실 '와 필름 카메라 같이 생겼다' 라는 표현은 올바른 표현 같다고 생각치 않는다.
자 여기 두대의 카메라가 있다. 둘다 '필름 카메라' 같이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듣는 카메라들이다. 이 둘중 어느쪽이 더 필름 카메라 같이 생겼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떤 이에게는 왼쪽의 카메라가 필름카메라 같이 생겼다 라고 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오른쪽이 필름 카메라에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면 둘다 필름 카메라의 디자인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좀 더 정확하게 위의 카메라들을 구분하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두 카메라는 과거 필름 카메라가 전성기를 이루던 시절 인기있었던 스타일을 계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단순히 실버 여서 그런건 아니다)
먼저 좌측은 지금의 레인지 파인더(Range Finder : RF) 스타일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 카메라이고, 우측은 우리가 흔히 SLR(Single Lens Reflex) 이라고 부르는(DSLR 의 D = 디지털) 카메라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 카메라이다. 두 카메라 모두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 이후 세대에 등장한 미러리스 카메라이다.
여기서 미러리스 카메라란 Mirrorless Camera로서 말 그대로 '거울이 없는 카메라' 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일반적으로 DSLR 과 다르게 LCD 화면을 틸트, 스위블, 팝업 시킬 수 있어서 마치 '거울 같다' 라고 해서 미러 리스 라고 하는 것이 아닌데, 가끔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올바르게 이해하고 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복잡한 카메라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좀 더 간략하게 정리를 해보자면, 위의 좌측 카메라는 과거 레인지 파인더 방식의 필름 카메라(대표적인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 = 라이카) 느낌을 가진 디지털 카메라이고, 우측은 SLR 필름 카메라 느낌을 가진 디지털 카메라 라는 것이다. 둘다 필름 카메라 스러운 것은 맞는데, 어떤 필름 카메라와 닮았는지 명확하게 알고 넘어가면 더 좋지 않을까?
서론이 조금 길었는데 지금부터 조금 더 본격적으로 필름 카메라의 갬성을 추종하고 있는 대표적인 두종류 카메라를 소개 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할까 한다.
#1. 후지필름 - X100V
먼저 좌측에서 봤던 카메라는 후지필름의 X100V 라는 모델이다. RF 카메라 스타일의 직사각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광학식/전자식 뷰파인더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카메라이기도 하다. 렌즈 교환은 불가능한 고정화각의 카메라이기 때문에 장점과 단점이 공존할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탑재된 렌즈 자체가 어느정도 일반적으로 인기 있는 화각이기 때문에 오히려 렌즈 교환에 대한 압박 없이 쓰기에 나쁘지 않다는 평도 많다.
RF 방식 카메라는 '이중상 합치' 라는 특별한 초점 맞추기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두개의 상이 중앙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초점을 맞추는 신기한 방식이고 이러한 방식으로 촬영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는 현재 라이카의 M 바디 카메라들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즉, 후지필름의 X100V 카메라는 이중상 합치 까지는 아니지만 광학식 뷰파인더를 제공함으로 촬영하는데 살짝 색다른 재미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매니아층을 두텁게 가지고 있는 카메라이기도 하다.
이중상 합치 뿐만 아니라 필름 카메라를 여전히 생산하고 있는 몇안되는? 브랜드 역시 라이카인데, 위에 보이는 카메라가 바로 현재까지도 신품으로 출시가 되고 있는 라이카의 MP 모델 필름 카메라이다. 가격은 600만원 이상의 카메라이고, 구매를 하려면 대기를 걸고 몇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
분명 후지필름의 X100V는 RF 스타일 필름 카메라를 많이 닮아 있다. 거기에 후지필름 특유의 '필름시뮬레이션' 이라는 자체 보정 효과로 인해 마치 필름으로 사진을 찍은 듯한 느낌을 쉽게 연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RF 스타일의 필름 카메라 감성을 제대로 느껴보기에는 이만한 카메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X-E4, X-PRO3 와 같은 카메라 역시 대표적인 RF 스타일의 카메라인데,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RF 스타일 디자인의 완성도는 라이카를 제외하면 X100V 가 현존하는 디지털 카메라 중 으뜸이지 않을까 싶다.
#2. 니콘 - ZFC
앞서 이야기한 SLR 스타일의 카메라는 사실 기존에도 여럿 존재했다. 지금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올림푸스의 OM-D 모델이나, 후지필름의 X-T 시리즈를 비롯하여 SLR 스타일의 디지털 카메라는 RF 스타일의 카메라보다는 우리에게 조금 더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최근에 출시한 ZFC 모델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높은 '싱크로율' 때문이다.
RF 카메라 시장을 라이카가 열었다면, SLR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했던 브랜드는 니콘 이었고, 그 중에서도 플래그쉽 라인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베스트셀로 FM2 의 디자인은 SLR 을 상징하는 디자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니콘의 ZFC 는 SLR 시절의 니콘을 영광으로 이끌었던 FM2 모델과 아주 근접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물론 셔터 리와인더라던지 몇가지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 하지만, 크롭 센서 미러리스 카메라 답게 작은 체구를 가지고 필름 카메라와 거의 비슷한 사이즈로 컴펙트하게 출시가 되며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카메라를 좋아하거나, 막 입문하려는 분들에게 까지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ZFC 에 찰떡 같이 어울리는 렌즈가 다소 부족하고, 실제로 만져봤을때 FM2 와 같은 묵직함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으로 인해 다소 아쉬운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FM2 를 그대로 오마주한 디자인 만큼은 까일곳이 많지 않다는 평이다.
사실 과거에 니콘에서는 DSLR 바디로 DF 라는 모델을 출시했고 지금까지도 '명기' 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아무래도 풀프레임 센서의 DSLR 답게 ZFC 만큼 경량화 하지 못해서 굉장히 뚱뚱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어서 살짝 아쉬운 평가를 받았지만, ZFC 는 DF의 아쉬웠던 사이즈 고민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다.
물론 ZFC 에 비해 DF 는 풀프레임 센서라는 점, 블랙 바디가 존재한다는 점(ZFC 는 아직 전체 블랙 바디 미출시) 그리고 무엇보다 니콘에서 출시한 모든 F 마운트 렌즈(과거 수동 렌즈 부터 현존하는 렌즈까지 모조리 다!) 호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ZFC 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영역이겠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필름 카메라 느낌의 디지털 카메라 이야기, 그리고 대표적으로 완성도 높은 두 종류의 카메라 이야기를 해보았다. 사실 카메라의 세계는 쉽게 접근하면 쉽고 깊게 접근하면 굉장히 깊고 어려운것 같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내용이 너무 단순하고 어렵게 이야기 하자면 너무 복잡해질 수 밖에 없어서 설명이 조금 부족한 부분이 분명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필름 카메라 같다' 라는 표현은 상당히 추성적이고 광범위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필름 카메라와 타인이 생각하는 필름 카메라는 분명 다른 디자인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카메라가 RF 방식 필름 카메라 디자인인지, SLR 방식 필름 카메라 디자인인지 정도는 미리 이해하고 소통한다면? 좀 더 무리 없이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