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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새벽 사이 엄마의 시간
어른
by
세연
Sep 2. 2024
어른
'어른'이라는 말은 '얼운'이 변형된 말이라고 한다. 여기서 '얼운'은 짝을 지은 사람, 혼인 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나는 옛 관점에서 보면 이미 어른이 되고도 남은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왜 이렇게 힘이 든 게 많은지, 여전히 서투른 게 많은지, 괜찮아지지 않는 게 많은지.
바다는 못되어도 호수 정도의 마음은 품고 있을 줄 알았다. 내 마음에 돌이 던져졌을 때 그 돌을 잔잔하게 삼킬 정도는 될 줄 았았는데 내 마음은 빗속의 웅덩이여서 내리는 빗물조차 담지 못해 튕겨져 나갔다.
'쿨하게'' 핫하게'둘 중 어느 온도에도 미치지 못하고 그저 미적지근한 정수의 온도,
냉정하지도 못하고 열정적이지도 못한 사람.
성공한 사람들은 한 여름에도 녹지 않는 차가운 얼음처럼 냉정하고 냉철한 판단력을 가지거나 한 겨울에도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성취해 내는 사람들이 많던데, 나는 아무래도 그 둘에 해당되지 않으니 성공한 어른이 되긴 글렀나 보다.
그래도 성공한 어른 까지는 안되어도 썩 괜찮은 어른은 되고 싶은데 그 마저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내가 힘들어 보이는 모습을 보게 되면 지나치지 않고 나에게 "엄마 괜찮아요?" 하고 다정하게 물어 준다.
그럴 때 내가 하는 말이 있는데, "엄마는 어른이니까 괜찮아. 엄마 걱정해 줘서 고마운데 너희들이 걱정할 문제 아니야. 엄마는 어른이니까 엄마의 문제를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
사실 이 얘기는 나 자신한테 하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너는 어른이니까 네가 잘 해결해야 한다고, 힘들어도 견뎌야 한다고.
아이들은 속일 수 없었을 거다.
천진한 얼굴로 신경 안 쓰는 척해도 엄마의 표정, 몸짓 하나 그 맑은 눈에는 다 비춰 보인다.
아이들한테도 걱정 끼치는 사람이라니 내가 어른이 될 자격이 있는 걸까.
내가 자라는 속도보다 아이들의 자라는 속도가 더 빠르다.
품어주는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아이들에게 기대어 위안을 받고 있는 나를 보며 이렇게 작은 내가 무엇을 품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보잘것없는 본캐를 가지고 있는 나의 부캐는 엄마다.
아이들은 그저 '나'라는 이유로 조건 없이 믿고 의지하고 사랑한다. 이렇게 받는 사랑은 내가 썩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그런 것들이 부담이 아니라 나를 강하게 하는 큰 무기이자 방패이다. 작고 연약한 나를 단단하고 크게 만들어주는 존재들.
뭐 믿을
구석도 없으면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배짱과 무모한 용기마저 들게 하는 존재들이다.
부모가 돼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라는 걸 실감한다.
천천히 싹트는 씨앗처럼 부모가 되면서 나도 어른으로서의 싹을 틔우고 있다.
나의 계절이 와서 꽃이 피고 나무가 되길. 부디 아이들이 지칠 때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길.
나는 오늘도
조금씩 내 속도만큼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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