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은 셀프

by 세연

서른 중반의 생일을 맞이하며 나는 나를 위한 작은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을 혼자 생일에 가보기.

평범한 날처럼 보내자니 아쉽고 그렇다고 떠들썩하게 보내자니 그것도 영 내키지 않아 생각해 낸 방법이다.


사실 평소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생일이라는 점이 다르다.

생일에 내가 나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 내가 나를 위해 움직이는 것.

내 선택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만족한다.


어릴 때는 남들이 내 생일을 기억하는 것에 의미부여를 했었다.

그래서 지나치면 그렇게 서운하고 축하가 기대에 못 미치면 세상에서 보잘것없는 초라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 들고 보니 개인적으로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내 생일을 가장 기억해야 할 사람은 나다.

가장 축하해야 할 사람도 역시 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선택에 내 기분을 맡긴다면 내 생일은 남의 선택에 의해 가장 기쁜 날도 될 수 있지만 가장 슬픈 날도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기대라는 감정이 세트로 오기 때문이다. 기대라는 감정은 사람을 하늘 위까지 던졌다가 땅으로 곤두박질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사실 기대라는 감정은 충족하기 어렵다.

대체로 속절없이 무너진다.


하지만 기대라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뭍에 물들어 오듯 언제든, 수시로 올 수 있다.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에 작은 배를 하나를 띄웠다.

물들어오면 노 젓고 물 빠지면 배에서 내릴 수 있게.


작은 배 하나가 나를 위한 그 어떤 것이라도 될 수 있다. 기대라는 감정의 물살에 허우적거리지 않게 나를 감정의 바닷속에서 구해주는 무언가.


그렇게 하게 되면 세상을 보는 시각도 조금 달라진다.

당연하게 여겼던 주변 사람의 축하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진심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하루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 나에게 축하하는 마음을 보내준 것만으로 귀하고 감사한 순간인 것이다.


다 같이 happy birthday to me!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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