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벨소리

by 세연


공포의 벨소리

여유로운 오후, 집안일을 마치고 달콤한 믹스커피 두봉을 타서 막 식탁에 앉았다.

아무도 없는 집안,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가 나의 휴식에 깜빡이 없이 훅 끼어들었다.

왠지 모르게 예감이 좋지 않아 휴대폰을 집어 올리는 순간, 그 예감은 적중할 것만 같았다. 큰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셨다.

학교 선생님은 유치원 선생님처럼 아이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전달하지 않으신다.

상담기간 외에는 전화 주시지 않는다.


선생님께서는 2학기에 들어서 큰아이가 반 친구들과 시비가 잘 붙는다는 것이었다.

1학기 때는 너무나 바르게 잘하고 친구들하고 잘 지냈는데 갑자기 2학기 때 이런 모습이 보인다며 방학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하던 동작, 생각도 잠시 멈췄다. 그저 선생님께 '네?'라고 되물을 뿐이었다. 방학 때 잘 놀고 잘 먹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큰아이의 성격은 본인한테 거슬리는걸 못 참고 꼭 짚고 넘어가는 스타일이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 중에 어떤 친구가 농담을 하거나 딴소리를 하면 선생님보다 먼저 조용히 하라고 그 친구에게 짜증을 낸다는 것이다.

본인의 생각에 틀렸다 싶으면 지적하고 다니는 거다. 그 과정에서 서로 맞다고 싸우거나 네가 무슨 상관이냐며 다툼이 일어났던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따지고 보면 큰아이의 말 자체는 맞는 말이지만, 친구의 잘못을 넘어갈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학원에서 돌아온 큰아이와 이야기를 했다. 걔네들이 이상해서 얘기해준 것뿐인데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이 잘못한 게 있으면 선생님이 판단해서 혼을 내실 것이고, 굳이 네가 끼어들어 아이들이 너를 싫어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제 좀 알아들었나 싶었는데, 그러자 큰아이는 지지 않고 애들 잘못을 선생님이 모를 때도 있고 애들이 자기 싫어해도 상관없다고 또박또박 빠르게 말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솔직한 심정으로

'얘가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걸까.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생각부터 퍼뜩 들면서 가슴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얼굴이 화끈화끈해진 나는 아이에게

'그냥 신경 끄라고! 걔네들이 뭘 하든 말든 너랑 상관없으면 신경 꺼!'소리를 질렀고,

애는 입을 대빨 내민 상태로 대화는 본전도 뽑지 못하고 끝이 났다.


그렇게 흐지부지한 상태로 흘러가던 어느 날, 기분 좋게 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오후에 휴대폰의 벨소리가 빨리 전화받으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친구와 또 다툼이 있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머리가 꽉 조이듯이 아파오는 것 같았다.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얘기 잘해보겠다고 끊고 나서 속에서 천불이 난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 나를 알았다.


그때 부모가 된다는 건 참 죄송할 일도 많으면서 내 마음대로 애가 따라주지도 않으니 말 그대로 미칠 노릇이라는 걸 깨달았다.


큰아이가 학원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화도 좀 가라앉고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얘를 도와줄 수 있을까?

분명 이 아이도 친구들과 싸우고, 선생님께 혼나고 그것 모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거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큰아이가 집에 돌아온 후 좋아하는 간식을 먹이고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이어 큰아이의 상황을 들어줬다. 나는 일단 큰아이 편을 들으며 맞장구쳤다.'아니 걔는 왜 우리 아들을 짜증 나게 했나몰라. 신경쓰여겠어. 아휴 힘들었겠네. 걔 어떻게 그런 심한 말까지 하고!

안 되겠다. 내가 걔네 부모님한테 얘기해봐야겠어.'일부러 오버를 하며 편을 들어주니 눈이 동그랗게 빛나면서 입가에는 쑥스러운듯한 미소가 번졌다.(이럴 땐 애는 애구나 싶어 그동안 화를 냈었던 게 너무 미안해진다.)

그러자 그럴 필요는 없다며 한걸음 물러서며 자기가 그냥 알아서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 아이를 믿어주기로 했다.


나의 염려로 무시했던 누구나 아는 이 진리를 믿어보기로 했다. 뭐든 직접 부딪쳐봐야 배운다. 그리고 응원하기로 했다. 앞으로 무수히 많은 일들이 펼쳐질 너의 인간관계의 시작을!

네가 덜 상처받길 바라며 또 성장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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