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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Sep 03. 2015

기획력 ≒ 편집력

정보가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넘치는 것이 문제입니다.

#1 

홍수가 난 광경을 뉴스에서 보다 보면 낯익지만 상당히 모순된 장면을 자주 보게 됩니다. 마실 '물'을 필사적으로 운반하는 장면인데요, 이상하지요, 사방이 물로 가득 차 있는데 마실 물이 없다니.


'정보의 홍수시대'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만큼 정보의 양도 많아졌고 질도 좋아졌지요, 예전에 비하면. 그런데 이 '정보의 홍수'라는 말에는 현대 사회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부정적인 측면도 담겨져 있습니다. 정보가 많기는 하나 유용한 정보는 드물다는 것 말입니다.


대리 시절에, 다음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조사해서 장표 한 장을 채우라는 지시를 받고 신나게 세계 각국의 경제 성장률을 소스별로 열심히 모아서 한 장 빽빽하게 채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의 반응은 차가왔습니다. 이유인즉슨, 정보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필요한 것은 세계, 아시아, 중국 등의 숫자였지 한 장 가득 온갖 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담긴 자료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당시에는 아니 열심히 했는데 왜 짜증이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요즘은 그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기획업무 및 보고서 작성 업무를 하다 보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정보를 수집하는  일입니다. 보고서의 결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결론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자료를 찾는 경우도 있고요,(네, 이런 경우 상당히 많습니다) 반대로 어떤 사안에 대해 반대하기 위한 보고서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경우가 되었던 간에 정보의 수집 및 분석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경우에 공통적으로 구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아 놀라운 구글의 힘이여...) 정보를 정신없이 모으다 보면 어느 순간 한 가지 고민이 생깁니다 : 무엇을 취할 것인가.


양을 많이 확보했다고 해서 보고서 쓰기나 업무가 수월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취사선택, 즉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지원해줄 정보를 고르고 '편집'해서 재구성해야 하는 본격적인 일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정보의 편집 및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이라는 정말 '빡쎈'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2 

벽돌을 쌓아놓는다고 집이 아니듯

fact를 모아 놓는다고 다 과학이 아니다.

- 댄 애리얼리의 책 중 한 구절(?)


정보를 모으고 보고서 작성 및 기획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엇나가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힘들여 모은 정보이고 정말 내 자식 같은 정보들이기 때문에 (특히 돈 들여 구입한 보고서나 논문 같으면 이런 마음이 더하겠지요) '모든' 것을 담고 싶은 경우가 많아집니다. 네, 이때부터 패망(?)이 시작됩니다.


보고서를 읽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닙니다'.

설득되어지고 싶기 때문에 읽고, 업무의 방향성에 대한 일종의 지지대를 만들고자 읽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 수많은 내용들이 단발성으로 담겨져만 있으면 짜증이  시작합니다. 나에게는 보물이 읽는 이에게 쓰레기가 되는 순간입니다.


사실 및 정보 자체를 원해서 보고서를 요구하는 상사는 거의 없습니다. 벽돌더미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지어진 벽돌집을 원합니다. 틈새도 없어야 하고 외관상으로도 완벽해야 합니다. Fact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잘 편집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가져다 주기를 상사들은 늘 원합니다. 


내가 많이 알고 있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정보를 잘 숙성시키고 편집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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