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어지기 위한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1
논어를 주제로 글을 쓰고자 결정했을 때
세웠던 기본 원칙 중의 하나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는 말자'였습니다.
논어 및 고전을 기본 텍스트로 삼은 이유가
자기계발을 위한 것이었으니 철저하게 '자기계발'이라는 윈도우만 가지고,
논어를 바라보고 취할 것만 취하자는 것
이었습니다.
사실 논어 및 고전에 대해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거리감 및 무게감을 덜어내고자 하는
의도적인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논어 및 기타 고전들이 딱딱하고 재미없고
형이상학적인 책으로 포지셔닝된 데에는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의 어려운 고전에 대한 해석 및 소개가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
그런데, 이런 독서 및 글쓰기를 하다 보니
장단점이 극명하더군요.
'내' 윈도우에 맞춰서 책을 읽다 보니 확실히
눈에 잘 들어 오기는 합니다.
뭐랄까요, 절벽을 오를 때 말의 곁눈을 가리는
효과라고나 할까요.
확실히 다른 생각은 많이 안 하게 되고 내가
얻고자 하는 것에 집중해서 얻을 것은 확실히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이 가장 커다란 장점이 커다란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네, 역설적이게도 시야가 좁아지고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이 집니다.
사실, 논어는 자기계발이라는 윈도우를 통해서만
보기에는 너무 크고 깊은 책입니다.
#3
각오는 했습니다만, '깊이의 부족'을, 제가 쓰고 있는 논어 관련 글들을 읽으면서 갈수록 뼈저리게 느낍니다.
'깊이'라,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이 '깊이'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은 정말...
읽고 나서 얼마나 생각을 '깊이'해야
'깊이'있는 글이 나올까요?
얼마나 고치고 가다듬어야 '깊이'있는 문장들이
나올까요?
사실 이런 질문' 즉 '얼마나'라는 부분을 과감하게,
너무도 과감하게 포기해버렸기 때문에
직관 및 나만의 윈도우를 선택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전체 20편 중에서 반을 넘겼으니, 고지가 멀지 않았습니다) 잃은 것도 많다는 반성을 해봅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또는 즉흥적으로 생각 나는 대로 막 휘갈겨 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의 논어에 대한 글들은 일종의 직관에 근거한 스케치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스케치를 더욱 구체화하고 색을 칠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특히 책을 내기 위해서는)
#4
논어가 끝나면 '순자'를 공부할 계획입니다.
순자를 공부할 때는 지금보다는 더 깊이를 담아볼 생각인데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근차근 조금씩 써 볼 생각입니다.
깊이를 담는데 정도가 있겠습니까?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비자에 이르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