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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Jan 02. 2016

고리오 영감 - 오노레 드 발자크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


#1

19세기 프랑스 풍속사의 일부를 완벽하게 그려냈다는 문학사적인 의미도 큽니다만 그에 못지 않게 문학적인 가치도 큰 좋은 작품입니다.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이 시대의 부모들, 아버지들에게 준엄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입니다.


#2

19세기 프랑스 사회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는 이 작품이 이루어낸 최대의 문학사적인 가치일 것

입니다. 돈과 그를 기반으로 한 명예만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던 그 시절의 시대상을 말 그대로

적나라하게 그려냈습니다. 당대 파리 상류층 및 그 상류층에 진입하고 또 그 자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들의 명예심, 허영심이 주요 소재이기는 하나 사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돈'입니다. 조금 이야기가 옆길로 샙니다만 당대의 문호인 알렉산드르 뒤마도, 특히 그의 대표작인 몬테 크리스토 백작에서, 이 소재 및 주제를 가지고 인간의 바닥까지 훓어내려가는 멋진 솜씨를 보여 줍니다. 네, 기-승-전-머니입니다.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아버지 고리오 영감은 딸들에게 막대한 지참금을 줘서 큰 딸은 귀족에게 작은 딸은 은행가에게 시집을 보냅니다. 그리고 흐뭇해 합니다만 그 기쁨도 잠시, 말 그대로 있는 돈 없는 돈 딸들 및 사위들에게 탈탈 털리고 초라한 하숙집에서 쓸쓸하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는 신세로 전락하고 맙니다.


라스티냐크라는 , 가난한 귀족의 가문에서 태어나 어떻해서든 파리 최상층 사교계에 입성코자 노력하는 이 젊은 법학도는 어떤가요? 사교계에 입성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가늘다면 가늘고 굵다면 굵은 연줄과 가족들을 탈탈 털어 마련한 돈이었습니다. 고리오 영감의 최후를 본인이 모든 것을 부담하며 지킨 인간적인 그였지만, 그조차도 마지막에는 '파리'와의 일전의 각오를 다지지요.


돈과 그를 기반으로 한 명예를 유지하고자 하는 인간군상들의 몸부림이 오늘날과 그닥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3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리어왕의 향기를 강하게 맡을 수 있습니다. 리어왕과 고리오 영감은 딸들을 지극히 사랑하고 모든 것을 다 내어줬지만 결국에는 버림받은 아버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이런 말을 요즘 많이 하지요?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사실인 것이 정말 슬픈 현실입니다 : 절대 죽기 전에 자녀들한테 유산 넘기지 마라, 나 죽으면 지들끼리 다 알아서 한다. 그리고 돈 쥐고 있어야 대접받는다.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앞으로의 양육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고리오 영감의 두 딸들과 사위들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행동들을 작품 막바지에서 보여 줍니다만 그 근본 원인은 고리오 영감이 제공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4

19세기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만연체입니다. 쓸 말들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짧게 쓸 시간이 없어서인지 대부분 만연체이고 쉬운 말들을 길고 어렵게 풀어쓰는 아주 탁월한 재주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도 초반부 상당한 분량을 하숙집에 대한 묘사로 채우고 있는데요, 이 부분만 잘 참고 넘기면 무사히(?) 읽기를 마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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