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없이 산 한나절

즉, 스마트폰 없이 산 한나절이란 의미입니다.

by 생각창고

어제, 즉 14일 토요일 오후 1시 40분쯤 집을 나섰습니다. 아이들과 고전 함께 읽기를 마치고 같이 점심 먹고 가방 싸들고 길을 나섰습니다. 아내가 자유 시간을 줘서 책 읽으러 가기로 하고 강남 교보문고로 향했습니다.(이전에도 한 번 이야기했습니다만 교보문고 폴 바셋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독서 장소 중 하나입니다. 서점과 붙어 있으니 책 하나 사서 내려와서 앉아 커피 한 잔 하면서 읽으면 되거든요)


집을 나서면서 전화기를 챙기려는데 아들이 전화기를 안 주는 겁니다. 제 전화기에 좋아하는 게임이 깔려 있고, 친구들과 같이 해야 하는데 기계가 하나 부족해지는 거죠, 제가 전화기를 들고나가면. 그래서 약간 주저하다가 그냥 주고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한 가지 문제가, 시간을 전혀 볼 수 없더군요. 커피숍에 앉아서 책을 한 권 다 보고 나오는데 시간이 몇 시인지 몰라당황했습니다.(사실 당황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다른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시간 강박증이 조금 있습니다. 시간을 반드시 알아야 하고 나름의 일정대로 타이트하게 움직이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계는 필수입니다.(그래서 제 전화기는 시계인데 가끔 전화도 되는 기계입니다)


잠깐 당황하다가 이 시간들을 즐겨 보기로 했습니다. 날도 아직 환하겠다, 책을 좀 더 보고 싶어서 최근에 단골 삼은 노량진역의 만화방으로 향했습니다. 만화 읽고 나와서 우연히 주변 가게에서 시간을 보니 6시 40분이더군요, 즉 5시간 동안 시간을 전혀 확인하지 못한 겁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스마트폰의 노예는 아직 아닌데 훨씬 이전부터 시계의 노예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종종 시계의 노예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좀 가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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