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덜어내는 작업입니다.
그런 나 자신의 체험에 따라 생각한 것인데, 자신만의 오리지널 문체나 화법을 발견하는 데는 우선 출발점으로서 '나에게 무엇을 플러스해간다'는 것보다 오히려 '나에게서 무언가를 마이너스 해간다'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너무도 많은 것을 끌어앉고 있습니다. 정보 과다라고 할까 짐이 너무 많다고 할까, 주어진 세세한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자기 표현을 좀 해보려고 하면 그런 콘텐츠들이 자꾸 충돌을 일으키고 때로는 엔진의 작동 정지 같은 상태에 빠집니다. 그러니 어떻게도 뛰어볼 수가 없어요. 그렇다면 우선 필요 없는 콘텐츠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정보 계통을 깨끗하게 해두면 머리 속은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꼭 필요하고 무엇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지, 혹은 전혀 불필요한지를 어떻게 판별해나가면 되는가.
-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에서
글쓰기는 머리 속을 비워 가면서 해야 하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머리 속 나름의 창고에 잘 정리해서 많이 넣어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쓰려면 그 이전에 버린다기 보다는 비우는 작업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