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창고 Aug 27. 2015

살기 위해 쓰고 쓰기 위해 살고

내가 쓴 글을 먹고 하루 하루 사는 것이 작가 아닐까요?

존재의 소멸에 대한 두려움


어떤 예술가들은 자신이 부과한 절망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가까운 친구조차도(경쟁자들은 물론이고) 놀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작품을 쏟아낸다.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열정적으로. 죽음의 신을 묶어둘 수만 있다면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앤서니 트롤럽 (1815~1882)


그보다 더한 예술가들은 극히 실무적으로 직업적인 자세를 취한다. 예술 창조를 위한 편협한 목표를 가지고 정확하고 가차 없는 질서 속에서 쉼 없이 창작해 나간다. 앤서니 트롤럽은 규칙적으로 하루에 7페이지씩, 주에 정확히 49페이지의 원고를 작성했다고 하며, 이 틀에 너무나도 집착한 나머지 아침에 소설 하나를 완성했어도 새 종이 위에 다음 책의  제목을 적고 하루 양을 다 채울 때까지 쉴 새 없이 써내려 갔다고 한다.


-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p.65~66 -


꽤  오래전에 외국의 명문대를 탐방하는 모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내용 중에 미국 한 대학의 경영대학원 교수와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교수님이 미국 대학 교수들의 운명을 한 줄로 요약하더군요 :

Publish or Perish(논문을 쓰거나, 사멸하거나)


논문을 기준만큼 일정 수준의 학술지에 지속적으로 publish하지 못하면 평생 조교수 자리를 면치 못하는 대학 교수이기에, 말 그대로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양질의 논문을 써야 하는 것이지요.


작가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글을 쓰거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오늘 회식을 했습니다. 맛난 거 먹고 기분 좋게 떠들고 집에 들어오니 글을 써야겠다는 의욕이 사라지더군요.

배도 부르고 피곤하기도 하고, 긴장이 좀 풀어진 것도 있고요. 순간 생각했습니다, '아, 나는 글쓰기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절실함이 없구나'.


글을 쓰지 않으면 내 영혼과 마음이 허기가 져서 참을 수 없어야 하는데요, 배가 부르니까 참아지더군요, 아직 멀었습니다.



두려움이 없다는 것, 이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글을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두려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두려움이 작가로서의 생존을 지탱하는 최고의 밑바탕이 될 것이고 그 간절함이 작가로서의 내 생명을 하루하루 유지시켜 줄 것 입니다.


하루가 모여 일주일, 한 달, 일 년, 내 인생이 됩니다.

글을 쓰지 않은, 쓰지 않고도 아무런 찔림이 없는 오늘 하루가 혹시 압니까, 내 남은 삶의 모습을 결정하는 출발점이 될 지.



글이 너무 무거워졌습니다.

스스로를 질책하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솔직히 스스로 보기에 글쓰기에 재능은 그닥 있어 보이지 않는데 성실함과 노력이라는 '재능'마저 없다면 정말 작가의 길을 가는데 절망만 할 것 같아서, 이 두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자신을 다그치게 되네요.


오늘도 글 한 편 완성했습니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이너스'하라, '편집'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