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트럼프와 소크라테스

by 생각창고

최근에 가장 핫한 정치인하면 아마도 도널드 트럼프일 것 입니다. 대선 경쟁에 뛰어든 이후 현재까지 말 그대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기 보다는 논란을 일부러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의 말과 행동은 파격을 넘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특히 그가 하는 이야기 및 정책의 방향성은, 만에 하나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상상조차 하기 겁날 정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1946~)


그의 망언(?)들을 살펴보면, 이게 일국의 대통령 후보가 할 만한 이야기인가 싶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런 그의 모습이 사람들을 움직였다는 겁니다. 그러니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겠지요...



- 출처 : http://engismybff.tistory.com/108


사실 이 글은 크럼프의 망언 및 그의 정책의 어이없음에 대해서 비판하고자 쓰는 글은 아닙니다. 트럼프의 최근 모습을 보다가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 그의 철학에 기반한 투자를 성공 사례로 인용한 것이 생각나서 다시 한 번 읽어 보다가,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엉뚱함을 넘어서 거의 제정신이 아닌 수준이 되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소크라테스를 잘못 읽어서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책을 특히 즐겨 읽는데 그는 자신의 양심이 믿는 바를 따를 것을 강조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혼자 힘으로 생각하라는 것인데 나는 그 철학에 동의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얻지는 못하겠지만 선명한 사고에는 필수적이며 어떤 종류의 집단 심리에도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 '트럼프의 부자가 되는 법' 중에서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에 인용된 부분을 재인용


우선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양심이 믿는 바를 따를 것을 강조'했고 이는 '선명한 사고'에 필수적이라고 했는데 선명한 사고에 도달하는데는 성공했고 자신이 믿는 무언가를 따르는 것 또한 일관성 있게 잘 실천하고 있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 방향과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다 잘못되었고 자기만 옳기 때문에 정의를 구현하다보니 왕따를 당한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양심'인데요,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하는 양심이 다른 이의 외모를 비하하고 인종차별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이라면 소크라테스를 읽고 공부할 필요가 없겠죠. 아전인수라고 할까요, 본인의 생각과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소크라테스를 끼워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양심 :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네이버 국어사전)


트럼프의 망언들을 보고 또 그가 소크라테스를 즐겨 읽는다는 사실을 안 다음부터 책을 읽는다는 것, 그리고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참 두렵고 떨리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똑같은 우유를 마셔도 소가 마시면 맛있는 우유를 다시 만들어 내지만 독사가 먹으면 독으로 바뀌듯이 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교양과 지식을 쌓아도 나오는 결과가 이 사회의 '독'이 되면 어떻하나요?


히틀러도 1만 6천여권의 책을 소장한 장서가였다고 합니다. 군사 분야가 7000여권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건축, 연극, 그림, 조각 등 예술적 주제를 다룬 책 1500여권, 영양과 식사에 관한 책 1000권 가까이, 가톨릭 교회와 관련한 것이 400여권, 단순한 대중소설도 800~1000권에 이르렀다고 하네요. 심지어 점성술과 심령학 분야의 책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책들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가 무엇인가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는데 이 책들은 어떤 사람을 만들어냈나요?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 내가 심취해있는 사상 및 철학은, 어떤 나를 만들고 있나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8월의 추천책(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