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지 않은 찬욱씨...
#1
처음 감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입니다.
장점이 분명히 많고 또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박감독님의 영화는 제 취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재미고 볼만한 것은 분명한데 정말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그런 작품입니다.
#2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이영애'라는 배우입니다. 감히 단언하건대, 한 편의 영화를 완전히, 제대로 책임질 수 있는 배우가 우리 나라에 누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표정만으로도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내고 소화하는 모습은 정말 대단합니다. 천진난만한 웃음과 온 세상을 비웃는 듯한 싸늘한 표정 연기는 일품입니다. 다른 출연진들의 연기도 명불허전, 짧은 순간 등장하는 송강호와 신하균의 임팩트있는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3
박찬욱 감독은 아마도 색감을 우리 나라에서 가장 잘 살리고 또 활용하는 감독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시각적인 표현의 현란함과 치밀함 및 꼼꼼함에 감탄했습니다. 다만 그 시각 효과가 상징하는 것을 파악하려면 생각을 참 많이 해야할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화려하고 무언가 의미가 있어 보이는데 감독은 관객들이 그것을 쉽게 알아 차리기를 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4
김영하 작가의 '빛의 제국'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에겐 왜 복수의 문화가 없을까?"
…
"내 생각엔 우리는 선과 악에 대해서 서양 사람들처럼 깊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니까 복수도 맥이 빠지는 거야. 알고보면 걔들도 다 불쌍한 놈들이다, 이런 식으로 끝나잖아."
이 작품은 위의 구절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즉 악에 대해서 너무나도 관대한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 전개와 결론을 보여 줍니다. 개인적으로 복수를 하는 것에 물론 찬성하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나라 법 체계는 악에 대해서 너무 관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다시 한 번 해봅니다. 악을 진정으로 벌할 수 있는 것이 정의와 선이 아니라 더 독하고 나쁜 악이라니, 아이러니 아닌가요. '알고보니' 용서해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그런 작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