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데 안타까운 영화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만 스포일러 때문에 안 보면 후회할 영화입니다^^)
음악과 영상미, 미장센 등 뮤지컬 영화의 기본기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특히 음악은 영화를 보면서 들으면 만족도 200%이고 그냥 OST로 들어도 100%입니다.
라이언 고슬링이 직접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City of stars'는 최근 몇 년간 들은 OST 중 단연 최고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 모든 연주와 노래를 대역을 쓰지 않고 라이언 고슬링이 몇 달간 연습해서 직접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테마 연주로, 특히 주인공인 미아와 세바스찬의 첫 만남과 마지막 만남때 나오는 'Mia & Sebastian's theme'도 대단합니다. 존 레전드의 'Start a fire'도 정말 좋습니다. (그런데 이 음악은 미아와 세바스찬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지요) 네, 뮤지컬 영화의 기본인 음악이 정말 아름답고 훌륭합니다.
낭만주의 대가의 작품을 보는 듯한 마지막 부분의 선명한 색감 및 화면 배치는 말 그대로 환상적입니다. 특히 강렬한 원색들을 전혀 촌스럽지 않게, 곱게 잘 활용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한 장면 한 장면 정성스럽게 곱게 잘 찍었습니다. 현실과 이상/상상 또는 그 경계를 색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잘 표현했습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입니다만 감독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고 그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각본을 잘 쓰거나 고르고, 배우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뤄야 합니다. 뻔한 이야기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명작과 고전이 될 수 있는데 이 감독은 뻔한 이야기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감각적으로 잘 풀어냈습니다. 또한 배우들의 역량을 끌어내는 것이 감독의 핵심 역량이라고 하면 그 부분에서 이 젊은 감독님은 특히나 만점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은 이 영화에서 재능을 완전히 꽃 피운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들의 영화에 대한 노력과 열정이 때를 드디어 만난 것이지요. 라이언 고슬링은 원래 좋아하는 배우여서 그의 작품은 가능한 챙겨 봤습니다만 이 작품이 최고입니다. 엠마 스톤은 존재를 인지만 하고 있던 배우인데 이 정도의 배우인지는 몰랐습니다. 대단한 연기와 춤/노래 실력을 보여 주는데요, 확실히 배우는 감독과 작품을 잘 만나야 합니다. 두 배우 다 소위 말하는 '퀀텀 점프'를 보여 주네요.
주인공이 원하는 것을 이루었으니(각자의 꿈) 이 영화는 분명히 희극이고 해피 엔딩이 맞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이루지는 못했으니(미아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으며 세바스찬은 짐작컨대 사연은 알 수 없으나,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비극 또는 새드 엔딩입니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꿈을 가지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리는 중 입니다. 그 와중에 둘은 만났고 사랑하게 되었고 서로 격려하면서 같이 가고자 합니다. 서로에게 동기를 해주고 격려해주고 때로는 질책하며 끌어 줍니다. 어찌보면 평생의 애인이자 동지로 함께 할 이를 만나게 된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사람 일 모르는 것이지요. 마지막 챔터인 'Winter'를 보면 그 안타까움이 절정에 달합니다. 미아 옆에 있는 이가 세바스찬이 아닌 것이 왜 이리 마음 아프던지. 이들은 영원히 사랑하기를 꿈꾸고 바라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서로를 놓아 주게 됩니다. 사랑하기는 하나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었던, 그러나 그것이 안타깝기는 하나 슬프지는 않은, 그런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꿈을 이뤄가는 과정 중에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물론 대부분은 그냥 스쳐 지나가게 되지만 아주 드물게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문제(?)는 이들 모두와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다는 것이고 달콤하고 보람찬 성공의 열매를 마지막에 함께 할 수는 없다는 것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열정적이지 않았다면,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격려하고 권면하지 않았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단순하게 순간순간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고 서로의 성공을, 꿈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원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들이 쌓여서 결국에는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주인공인 세바스찬이 현실과 타협했다는 한 영화 평론가의 평을 봤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친구인 키이스(존 레전드)와 나눈 대화가 세바스찬의 변화를 끌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아가 그의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난감해 하는 것을-특히 현실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듣고 마음을 돌이킨 부분도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클래식이건 혁명이건 사람들이 들어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위한 준비를 나름 한 것이지요, 사람들이 들으러 올만한 사람이 될 준비.
미아가 모는 차인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즉 두 종류의 동력으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입니다. 미아도 처음에는 연기에만 몰두하다가 우연찮게 세바스찬이 대본을 직접 쓰고 연기해보라는 충고를 받아들여 직접 쓴 일인극으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고 결국에는 성공하지요. 즉, 글도 되고 연기도 되는, 두가지 동력을 장착한 배우가 된 것입니다.
세바스찬은 조금 다릅니다. 차가 한 눈에 봐도 오래되고 낡았고, 말 그대로 클래식해 보입니다. 그의 고집스러울 정도의 정통 재즈에 대한 애정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유명 밴드의 일원이 되지만 그것도 하고 정통(?) 재즈도 연주하는, 두가지 다하는 것을 거부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자 정통 재즈 연주자의 길, 그리고 정통 재즈 클럽의 사장이 되고자 했던 원래의 꿈으로 회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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